육군 측은 이와 관련 육군참모총장 출국 당일인 12일 오후 1시경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출장 사실을 알렸다.
해외출장 시점 선택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출국 당일인 12일은 ‘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평화적 회담이기는 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가 우리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는 사상 초유의 ‘대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 군의 최고 수장 중 한 명이 굳이 그날 출국했어야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사진=육군] |
우리 군 규모는 현재 육군 48만3000명, 해군 및 해병대 7만여명, 공군 6만5000여명으로 총 61만8000여명에 달한다.
육군참모총장은 약 50만명의 군 장병을 휘하에 두고 이들에 대한 군정권(군 인사권)을 행사한다. 또한 유사시 합동참모회의의 일원으로서 합참의장이 행사하는 군령권(군 작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동참모회의 구성원은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3명과 합참의장으로 4명 전원의 찬성으로 의사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육군에서는 상대국 일정을 고려해 12일 출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의 출국일인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을 뿐만 아니라 다음날인 13일은 전 정부 대통령의 탄핵 및 파면으로까지 파급된 촛불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방선거날이었다는 점에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다.
물론 이보다 앞선 8~9일 사전투표가 시행돼 육군참모총장 본인은 그때 투표를 이미 했을 수 있으나, 이날 선거 결과가 국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이 굳이 이보다 앞서 해외출장을 갔어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날 선거는 11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을 겸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선거 결과는 사실상의 여당의 싹쓸이 승리로 끝나 야당 주요 정치인들이 줄줄이 현직을 사퇴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13일에 이어 그 다음 날인 14일에는 11년만에 재개되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있었다.
2007년 이후 끊어진 남북 군 당국의 교섭이 이날 재개돼 이날 회담에서는 단절된 남북간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한다는 등 다양한 합의가 도출됐다.
이날 군사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는 현재 국방부 대북정책관인 현직 육군 소장이 맡고 있었다.
물론 남측 대표단이 국방부 및 청와대 지시에 따라 회담을 수행해 육군참모총장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12, 13, 14일 연속해서 이어지는 국가 중대사 앞에서 굳이 이 시기에 해외출장을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육군 측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9박10일간의 비교적 긴 해외출장을 굳이 12일부터 21일까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상대국 일정에 맞춰야 해서”라고 설명한다. 또한 현재 육군은 “육군참모차장이 육군참모총장을 대행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육군참모차장이 있어 육군참모총장은 없어도 된다는 해명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또한 “상대국 일정에 맞춰야 해서 꼭 그때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육군측 해명 역시 ‘12~14일의 국가 중대사보다 상대국의 일정이 더 중할 정도였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이미 2개월전 영국 해외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이어서 이번에는 프랑스와 미국으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육군 측에 문의한 결과, 육군참모총장의 9박10일간의 해외출장 일정은 다음과 같다.
-12일 프랑스로 출국.
-13일~14일 프랑스 파리 방위산업전시회(유로사토리) 관람/프랑스 육군참모총장 대담/컨퍼런스 참가/프랑스 육군사관학교 방문.
-15~20일 미국 방문.(미 군부대 방문/주미 한국대사 예방/전 주한미군 근무자인 밴달 예비역 중장 접견(전 주한미군 미8군 사령관).
-21일 귀국.
이와 관련해 육군 측은 육군참모총장의 일정에는 단 1차례의 관광지 관람 등 외유성 성격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랑스를 방문하는 2일간 방위산업전시회를 관람하는 일정, 미국을 방문하는 6일 중 미국에서 굳이 주미 한국대사를 만나는 일정 등이 과연 그렇게 시급한 성격의 출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존재한다.
그 와중에 지난 1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과거 폭우 속 해외연수를 강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충북도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충북지역을 휩쓴 최악의 폭우 직후 해외연수를 떠난 이들 중 한 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쥐의 일종인 ‘레밍’에 빗대 발언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해당 발언의 주인공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육군참모총장의 해외출장이 충북도의원 해외연수보다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12, 13, 14일 이어진 국가 중대사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