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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셀프연임...사외이사...율리우스 시저
CEO-사외이사 순환추천
금융 지배구조 개혁 핵심
‘절차만 민주’ 한계 드러나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을 예고했다.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셀프연임’이 가능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국 책임자들의 속 뜻을 읽어보면 결국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개혁의지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거의 모두가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 유일한 사내이사로 CEO가 참여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연임을 위한 후보추천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사회 내 주요 위원회에 경영진인 임원, 즉 사내이사는 아예 참여가 배제된다. CEO가 임추위에서 상시 배제되면 셀프 연임이 불가능할까?

율리우스 시저[출처=게티이미지]

상법에서는 최대주주와 주요주주(의결권 10% 이상)의 특수관계인, 임원의 친인척, 임직원의 직장동료 등을 배척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는 동일그룹 내 9년, 동일기업내 6년의 임기제한을 뒀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이나 대주주로부터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요 금융그룹을 보면 과반이상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겹친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도 CEO들이 참여한다. 사실상 CEO와 사외이사들이 동시에 연임하거나 퇴임하는 구조다. ‘좋은 게 좋을’ 수 있다.

특정일에 집중된 주주총회 날짜와 소액주주 참여가 어려운 전자투표 배제 등의 환경은 일단 주총에서 ‘안건’으로만 올라가면 사실상 가결되는 게 보통이다. 추천만 받으면 선임이 확정되는 셈이다.

금융회사 속살을 들여다보는 금감원 최 원장의 말을 빌리면 “사외이사 평가도 경영진이 하고 있다”고 한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CEO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게 최 원장의 판단이다.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교수’와 ‘관료’ 등 경영 비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일부 금융그룹에서는 타사의 전직 CEO 출신을 기용하고 있지만, 다수는 아니다. 사외이사에 경영인 출신을 대부분 기용하는 선진국과는 차이가 크다. 경영 경험도 없고 비상임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업무와 함께 사외이사 상호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쉽지 않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법에서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시 주주제안권을 가진 소수주주 후보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법은 대주주가 아닌 소수주주, 즉 ‘외부자들’ 사외이사 진출을 장려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이사회와 사외이사 개혁을 이뤄낸다면, 다음은 일반 기업일 수 있다. 여권에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외부자들’을 꺼리는 재계와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차 삼두정치를 통해 로마 집정관에 오른다. 선거에서 선출됐지만 군대를 쥔 폼페이우스와 재력을 갖춘 크라수스와의 물밑 거래를 통해서다. 첫 집정관에 오르며 권력의 중심에 선 카이사르는 ‘내전’을 거쳐 종신독재관에 오른다. 카이사르 이후 로마는 사실상 제정(帝政) 체제로 바뀐다. 때로는 민주가 전제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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