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ㆍ보험주주자격 변수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포기 발표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재료다. 요약하면 삼성전자에는 호재지만, 삼성물산은 부담이 커지게 됐고, 삼성생명은 높였던 기대를 접어야 할 처지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포기와 함께 보유중인 자사주 전량을 포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주사 전환에서 자사주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의 핵심이다. ‘강을 건넌 후 다리를 불태우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자사주 1789만주를 전량 소각하면 ‘분모’인 발행주식 수가 줄어 현재 18.6% 수준인 삼성 특수관계인 지분률이 21.34%로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ㆍ소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특수관계인 지분률도 계속 높아지게 된다. 수년내 30% 까지는 몰라도 25%까지는 다다를 전망이다. 인적분할이 대주주에만 유리하다면, 지주사 포기는 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 ‘득’이 되는 조치다.
문제는 금산분리다. 이번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에도 인적분할 시 금융계열사에 대한 신주배정이 순환출자 문제와 함께 금산분리 논란을 부추길 우려가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들은 한결같이 순환출자규제와 금산분리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새정부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55%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삼성전자 지주가 좌절되면 경영권 유지를 위한 이 지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순환출자 제한으로 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곳은 삼성물산이나,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 뿐이다. 20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 회장 일가가 나선다고 해도 삼성물산이 어떤 식으로든 큰 몫을 감당할 수 밖에 없다. 사업부문이나 자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주주친화 정책의 혜택도 많이 입게 된다. 길게 보면 돈 안되는 어중간한 사업부문을 유지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으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유동화 할 기회를 일단 잃게 됐다. 금산분리가 전까지는 보험금융지주 전환계획도 접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금융지주는 자회사 고객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어 시너지에 데 유리하다.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공백 우려도 커지게 됐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판결과에 따라 ‘보험업 허가요건’ 위배를 이유로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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