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비상사태 발생 시 미국 민간인을 주일 미군기지로 대피시키는 일명 ‘커레이져스 채널’ 훈련을 최근 실시한 것으로 지난 7일 알려졌다.
이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시 주한미군이 최우선적으로 실시하는 작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뒤집어 보면 현재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8일 군사 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근 주한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며, 조만간 한미 연합군과 북한군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전면전 발발 시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 측은 최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거론해 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9월 9일) 직후인 지난 9월 16일 마이크 멀린 전직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미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북한 핵도발과 중국의 역할’ 주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임기 초반에 핵심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합참의장 출신의 미 예비역 장성이 북한의 위협을 사실상의 현실적 위협으로 규정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 해병대 연합 전력이 지난 2일 육군과 공군의 항공전력 지원을 받아 공중돌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중돌격훈련은 상륙 목표해안 전방 상륙작전과 함께 항공전력의 지원 속에 적 후방으로 동시 침투하는 훈련이다. [사진=해병대] |
지난 9월 20일(美 현지시간) 존 하이텐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당시 내정자 신분으로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북한이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결국 개발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당장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텐 사령관 내정자는 ‘북한이 2~3년 안에 핵무기 탑재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지난 몇 주 동안 정보당국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논의했는데 시점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답했다.
▶심상치 않은 한반도…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 고조=이 발언은 앞서 지난 16일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의 발언과 맞물려 의미가 증폭됐다.
전직 미 합참의장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게 되면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나흘 후 현직 미 전략사령관 내정자는 ‘북한이 ICBM을 개발해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ICBM 개발능력 향상이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가능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어 9월 19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D.C. 후버연구소에서 미 국방정책 설명에 나서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최적의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밤에라도 당장 전투에 나설 수 있다’는 주한미군의 ‘파이트 투나잇’ 정신을 거론하며 최적의 전투태세를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앞서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말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음날인 9월 21일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미사일 정밀타격 등을 활용한 한국군 단독 보복작전인 KMPR(대량응징보복체계)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제거할 전담 특수작전부대 운용 계획 등을 공개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적 핵심시설에 대한 미사일 정밀타격, 특수부대의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 등으로 실행된다. 미국에 이어 한국군 차원의 선제타격 방침도 공개된 것이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정권은 우리 국민에게 핵을 사용하겠다고까지 공언하고 있고 앞으로도 핵무기의 고도화와 소형화를 추진해 나가면서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응징하여 도발의 대가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여러분 모두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고,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 국군의날 기념사는 사실상의 선전포고”=한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말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런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부 야권 인사들 사이에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국민의당, 광주북구을)은 이로부터 사흘 후인 10월 4일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탈북을 권유한 것에 대해 한 예비역 장성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메시지에 따르면, 예비역 장성은 “나는 10.1 기념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단정한다”며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이 한미연합군에 의한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는 도발을 해오도록 계속 자극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장성은 또한 “박 대통령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남북간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북한의 국제사회 고립이 성공했고, 제재 압박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을 통해 전쟁으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한때 내년 상반기 전쟁설, 4월 전쟁설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 7년 만에 실시된 한국 거주 미국 민간인의 대피 훈련 또한 이런 맥락에서 실시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수개월 전 계획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커레이져스 채널 훈련은 주한미군 비전투원 후송을 위한 훈련“이라며 “가상 상황을 상정한 훈련으로 수개월 전에 계획되어 지금 시점에 진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번 훈련과 관련해 현 상황과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2개월의 정황만 따져봐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국방부가 미국 민간인 대피 훈련에 대해 수개월 전에 결정된 것으로 현 상황과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이미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계획은 착실히 준비돼 왔다”고 반박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