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3개국과 5개 국제기구가 참석하는 서울안보회의는 정부 국방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1.5트랙(반관반민) 성격의 다자 안보대화체다.
지난해 열린 서울안보대화 장면. |
정부 국방 당국이 주관하는 글로벌 안보대화체로서 30여개 이상의 국가 및 국제단체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서울안보대화가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이 행사를 위해 올해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국 정부 관계자 등을 초청하는 등 행사비용을 부담한다.
지난해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에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북한 측이 참가하지 않았고 올해에는 우리 측에서 초청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서 시작된 북한의 일련의 도발 행위가 이달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다.
올해 서울안보대화의 중심 주제는 ‘복합 안보 위기: 도전과 해법’으로 3번의 본회의 중 첫 번째 주제가 북한 비핵화와 국제공조일 정도로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 역할을 할 국가로 보고 있어 중국의 서울안보대화 참가 여부가 주목돼 왔다.
통상 행사 3일전 최종 참가여부를 통보하는 국제회의 관례상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초청장을 보내놓고 최근까지 중국의 참석 여부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최종 입장은 불참으로 정해졌다. 지난 2012년 1회 서울안보대화부터 지난해까지 4회 연속 참가했던 중국이 올해 불참한 배경이 주목된다.
중국은 1회 행사였던 2012년과 2013년에는 주한 국방무관이, 2014∼2015년에는 중국 국방부 국장급 인사가 참석했다.
올해 행사에는 중국 정부 당국자는 불참했고, 대신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은 참석한다.
중국의 불참 배경에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란이 깊게 연관돼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당초 장성급 인사를 파견하려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참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참가국 정상들의 회담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사드 문제는 재조명됐다.
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사드 문제로 정면 격돌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은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응수했다.
이어 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시 주석은 또 한번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유관 문제에 대해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드에 대해 유보적 표현으로 보이나 한미간 사드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
중국 입장에서는 6일 명확해진 한미간 사드 지속추진 의지를 놓고 7~9일 예정된 서울안보대화 불참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7일 이와 같은 불참 결정에 대해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를 통해 속마음을 전하고 있다.
국외 문제를 주로 다루는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당국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우회적인 입장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7일 환구시보는 ‘중국은 왜 서울안보대화에 빠졌는가. 한미는 중국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드 한반도 배치 추진의지를 재확인했고, 중국은 서울안보대화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드 관련 한미간 일관된 입장에 대한 중국 측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또 ‘서울안보대화는 지난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열리는 회의라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런 행사에 중국 대표단은 불참했고,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미간 사드 추진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 당국이 불참을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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