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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完-리더를 리디자인하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평생 울궈먹는 사회는 실패한다“…전문가들이 말하는 세월호 참사와 한국 사회 리더십
[헤럴드경제 =신대원ㆍ원호연 기자]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과연 진정한 리더(Leader), 리더십(Leadership)이 존재하는가”란 근본적인 의구심을 던진 것은 명백해 보인다.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부터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면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해경과 각 부처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를 보는 국민들은 열불이 터진다.

그러나 분노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체적인 시스템의 위기를 몇몇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위기는 ‘전문성의 결여’에서 나온다. 해양구조를 전담한 해경의 지휘부엔 함장 출신이 없다. 정부는 정확한 실종자 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할퀴어 놨다. 

(왼쪽부터) 신세돈 교수, 임동석 교수, 손욱 회장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등 ‘머리에 든 지식‘으로만 엘리트를 충원하는 방식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실생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민생바보’를 양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책상머리에 앉아 ‘엉덩이 무거운 공부’만 해 온 ’샌님‘들은 정작 위기가 닥치면 현장에 대해 ’깜깜이’라 허둥대기만 한다는 얘기다. 시험으로만 평가받는 엘리트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도 내팽개친다. 임동석 건국대 중어중문학 교수는 “이들은 타인의 인생을 결정한 권력을 가졌지만 타인의 좌절감이나 불행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기수문화’, ‘끌어주기’, ’전관예우‘ 로 특혜 재생산에만 몰두한다.

그러나 이들이 태생적으로 남의 불행에 무관심한 ‘소시오패스’들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장 일변도의 성과주의, 실적 등 표피적 가치에만 무게를 두는 왜곡된 가치관으로부터 이들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리더를 ‘새로 디자인(Re-Design)’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아닌 ‘경험’에 기반해 인재를 뽑고 교육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윤철 교수는 각 전문 분야로부터 외부인 충원을 활발히 할 것을 주문했다. 행시 대신 개방형 직위 등의 특채 과정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주변 인맥 꽂아주기’ 수준에서 머물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무직이나 행정능력을 필요로 하는 인력은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와 같은 특수 고등교육기관에서 길러낼 수 있다고도 제안한다.

뽑는 것 만큼이나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에도 담겼듯이 무조건적인 순환보직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 최고 지도층은 각 분야를 아우르는 ‘제네럴리스트’여야 하지만 이 자리에 오르는 이들은 1%도 안되는 만큼 우선은 전문 분야에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왼쪽부터) 우종민 교수, 김용철 교수, 김윤철 교수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에서 이뤄지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리더십 교육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김윤철 교수는 “교육이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치고 승진 등 인사고과에 반영되면서 공무원들이 능력이 아닌 지위를 향상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론 보다는 전문 분야에서 경험을 반복해 몸에 익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고 답을 구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도록 해야 상황 대처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배양된다는 얘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원 간 조직력과 간부들의 지도력도 배양된다.

임 교수는 “인문학은 매우 추상적인 것 같지만 현실적인 사안에 맞닥뜨렸을때 경정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명망을 갖춘 이들을 초청하거나 좋은 교재를 택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도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교육은 프로세스고 꾸준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반복될수록 보이지 않는 효과가 쌓인다”며 “직급에 따라 리더십 교육을 포함해 윤리 의식과 소명 의식을 함양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와 공무원 사회의 잠을 깨운 ‘등에’와 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신세돈 교수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든지 사회운동만 했다고 하면 좌파로 몰아 배척하면서 정부와 사회 간에 간극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교수도 ”공무원이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노조 활동을 통해 자기를 갱신할 수 있는 논의의 공간 확보해야 내부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대원ㆍ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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