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담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안전’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들끓는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안전 대한민국’의 의지를 밝혔다는 평가다. 사고 이후 드러난 ‘관피아’를 지적 할 때엔 ‘유착’과 ‘관행’이란 단어가 여러번 등장했다. ‘행복’이란 단어는 단 한차례도 사용되지 않았고, 국가개조는 담화 마지막 부분에 한번 사용됐다.
박 대통령은 A4용지 13장 분량의 이날 담화문에서 ‘안전’을 모두 35차례 언급했다. 두번째로 많이 사용된 단어는 ‘국민’으로 모두 26회 등장했다. 이날 담화문에 사용된 단어 빈도수만 놓고보면 ‘국민 안전’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에 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담화 말미, 세월호 사고 당시 동료들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의사자’들을 언급할 때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담화문에 사용된 ‘고통’, ‘아픔’, ‘비통함’ 등 단어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면, 박 대통령 본인의 아픔은 말 대신 행동으로 보인 것 아니겠냐는 평가다.
안전 후속 대책과 관련해선 개혁(9회), 유착(7회), 비정상(6회), 관행(6회) 등의 순으로 언급했다. ‘국가 개조’라는 단어는 담화 말미, 단 한차례만 사용했다. 안전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을 조목조목 나열한 뒤, 뿌리부터 바꾸는 변화에 대통령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분석이다.
등장하지 않아 오히려 관심을 끄는 단어도 있다. 올해 초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문에 등장한 단어들을 횟수로 분석해보면 국민(26회), 경제(24회), 기업(22회), 정부(13회), 수출(10회) 등이었다. 경제가 핵심이었다는 얘기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진행돼온 ‘규제완화’ 움직임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문엔 ‘경제’ 단어가 단 한차례 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기업’이란 단어는 4차례 등장하는데 불과했지만 단어가 사용된 문맥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탐욕적 기업’, ‘기업은 문 닫게’, ‘부도덕한 기업’, ‘죄지은 기업’ 등 부정적 단어들과 조합해 언급했다. ‘행복’이란 단어는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임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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