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시절’을 보낸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7일 퇴임사에서 똑같이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쉬고 싶다”는 말로,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4년 같은 1년”이라 표현했다. 외부 평가는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바깥’에, 새정치연합은 ‘내부’에 힘들었던 원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최 원내대표가 취임한지 불과 한 달만에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터졌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용판-원세훈 두 인사를 기소한 것이다. 이후 불거진 각종 사안들도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흔들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과 야당의 ‘장외투쟁’이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퇴임한 뒤 후임으로 인선된 문형표 후보자와, 강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에서도 최 원내대표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야당의 ‘귀태 발언’과 ‘대선 불복’ 발언이 나올 때엔, 당 소속 모든 의원들의 명의로 윤리특별위원회 회부키도 했다.
그는 강한 원내대표의 전형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온건파 황우여 대표의 약점을 보완하는 ‘의리의 돌쇠형’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때마다 청와대가 관건이었다. 지난해말 ‘외국인투자촉진법’ 주문과 올들어 발생한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청와대의 돌발적 주문이었다. 5월 현재 두 법안은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전 원내대표는 ‘내부’에 고난의 원인이 있었다. 급기야 올해 2월엔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돼 ‘조기 사퇴’ 요구까지 불거졌다.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 과정에선 여당에 일격을 허용했고, 지난해 말 예산안 처리에서도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의원들 사이에선 ‘무력을 넘어 무능’이란 평가도 나왔다. 그의 퇴임사에도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가 적지 않았다. 그는 기초연금법 처리와 관련 “차마 아이를 죽일 수 없었던 친엄마의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김용익 의원에 대해선 ‘복귀하시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투력 부재 지적에 대해선 “의회중심주의는 제 소신”이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원내대표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여당측엔 ‘조정가형’을, 야당측엔 ‘국민 눈높이’에 맞출 것을 주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여야가 서로 조정하고 국민들의 주장이나 의견을 수렴하는 조정가 또는 중재자형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안과 관련해선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정치권은 서로 공멸할 것”이라고 보탰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에게 요구되는 것은 강한 야당만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강하지만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