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6월 4일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실시키로 확정하면서 선거구도는 물론 당내 역학관계, 선거구도 등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계은퇴까지를 선택지에 올려두고 고심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기초선거는 웃은 반면 광역선거는 당 지지율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의원이 활동 반경을 넓힐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굳어진 안철수(安ㆍ撤收)= 안 대표는 여론과 당원조사 결과 기초선거를 공천한다는 당론이 확정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의 안 대표 발언은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의 이야기처럼 “정계은퇴 약속 지키라”는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안 대표는 10일 낮 당 대표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심이 깊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10일 ‘공천 유지’ 발표가 있은 후 약 한시간 동안 대표 집무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강조한 그는 이번 조사를 ‘정면돌파’라 강조해왔다. 그는 ‘당원들의 뜻이 제 뜻과 다르지 않길 바란다’고도 말했지만 결과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왔다.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당원과 국민 조사에서 안 대표가 ‘불신임 당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강조했던 ‘새정치’의 핵심이 ‘약속’이라는 점도 대표가 당혹해하는 이유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국민과 당원 조사에서 ‘공천 유지’를 바란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해지면서 안 대표는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또 ‘철수(撤收)’했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 대권 후보, 창당 등 그간 결정적인 순간마다 후퇴와 철수를 반복해왔다. 정치인이 뒷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리더십 부재 지적도 나온다.
▶‘거짓ㆍ약속’ 구도 철회= 새정치연합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측 ‘통합’의 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내걸었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깨버린 새누리당을 ‘거짓 세력’으로,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새정치연합을 ‘약속 세력’이란 구도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것이 새정치연합이 짰던 선거 구도였다.
그러나 이날 조사결과로 무공천 약속이 철회되면서 더이상 새누리당을 ‘거짓 세력’으로 몰아붙일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안 대표가 과거 ‘구정치’라고 공격하던 민주당 세력에 완전히 포섭돼 안 대표의 가장 큰 정치 자산인 ‘새로움’이 빛이 바랬다는 해석도 따라 붙는다.
안 대표의 상처가 결국 ‘김한길 구도’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청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일 등 안 대표는 무공천과 관련한 정치 일정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 무공천이 철회되면서 안 대표가 깊은 상처를 입은 반면 김 대표는 경미한 상처만을 입은 셈이 됐다.
▶기초 ‘웃고’ 광역 ‘울고’= 기초선거는 잃어버렸던 ‘기호 2번’을 다시 얻게되면서 반색이다. 반면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경우엔 정당 지지율이 떨어질 공산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통합으로 거둬들인 당 지지율 상승이 이번 무공천 논란으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다. 기초선거 조직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광역단체장에게도 다행스런 부분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은 이제 당 공천을 받을 경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새누리당 소속 경쟁자들과 당의 이름을 걸고 ‘기호1번’ 대 ‘기호2번’으로 일대일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된 것이다.
반면 광역단체장 선거는 통합의 명분을 잃은 탓에 당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안 대표 지지자들의 지지 철회가 당 지지율 하락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안 지지자들은 “안철수도 이제 낡았다”며 지지철회를 밝히고 있다.
선거가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공천 방침은 공천 논란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다. 이미 탈당한 인사들과 당에 남았던 인사들이 공천을 사이에 두고 다투면서 혼탁 양상이 우려된다. 특히 새누리당보다 한달이상 기초선거 공천이 늦어지면서 절대적 시간 부족도 공천 논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 1000여개에 이르는 선거구에 공천할 3000명이 넘는 후보들을 선별하는 작업도 이제 시작이다. 공천룰도 만들어야 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일단 작업을 시작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이 되리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보폭 넓히는 文= 문재인 의원은 ‘무공천 논란’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대표에게 ‘여론조사+당원투표’ 방식의 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했고, 결과적으로 공천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 낸 것이다. 안 대표가 지난 9일 문 의원을 찾아 ‘선대위원장 직을 맡아달라’는 요구에 대해 문 의원이 ‘즉답’을 꺼린 것도 공천 여부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지란 해석이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문 의원은 잠재적 야권의 대선 후보인 안 대표를 누른 셈이 됐다. 공천을 주장했던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뜻을 관철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고, 기초선거에서 당의 후보들을 살려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할만큼 원외 영향력도 이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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