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 노역(황제노역)’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수벌금제’ 도입이 국회에서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주 중 형법 개정안과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일수벌금제’다. 이 제도의 기본 철학은 ‘같은 죄에 대해선 처벌의 강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컨데 하루에 1000만원을 버는 사람과 10만원을 버는 사람이 같은 죄를 저질렀을 경우 두사람 모두에게 ‘100만원의 벌금’ 처분이 똑같이 내려진다면 두 명이 체감하는 처벌의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느끼는 100만원 벌금의 처벌은 경미하겠지만, 10만원 버는 사람에겐 10일치에 이르는 일당이 날아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일 처벌’ 정신에 입각한 ‘일수벌금제’는 해당 사람의 재산 정도 또는 하루에 벌어들일 수 있는 일당 등을 고려해, 많이 버는 사람에겐 높은 벌금을 반대의 경우엔 적은 금액을 차등 적용하게 된다. 관련 제도는 지난 1992년 법무부가 형사법을 개정할 때부터 논의됐다.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와 18대 국회(2009년)에서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법무부는 ‘일수벌금제’에 대해 반대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일 등 나라들에서 최장 노역장 유치기간은 360일로, 우리나라의 최대 노역장 유치기간인 3년보다 짧다”며 “벌금 납부 대신 단기자유형을 선택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노역장 유치제도 개선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일수벌금제는 현재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시행중에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스페인에서 과속운전으로 걸린 축구선수 미하엘 발락은 1만유로의 벌금을 물게됐다. 발락은 은퇴했다는 점을 들어 벌금을 10분의 1로 깎아달라(1000유로)고 요구했으나, 그가 현역 시절 매주 10만 유로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여론의 질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또 관련법 개정 내용에 ‘일수벌금제’ 외에도 벌금형에 집행유예를 도입하고, 벌금 납입기한 연장이나 분할 납부 제도 도입 방안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벌금 미납자에 대해선 노역장 유치제 대신 자유형 또는 사회봉사로 대신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의원은 “강자에겐 강한 법 집행을, 약자에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벌금 미납으로 인해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람은 매년 약 4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경제적 형편 탓에 하루 일당 5만원짜리 노역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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