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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기초연금 앞에 경로당이 무슨 죄?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손자가 국회를 출입한다고 하니 올해 86살이 되신 할머니가 제게 물었습니다.

“나라에서 달마다 20만원을 준다는 게냐 안 주겠다는 게냐. 나도 받을 수 있다는 건지 도통 무슨 말인지 난 모르겠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기초연금으로 매달 20만원을 받으면 공과금 물고, 반찬거리 사는 데 보탬이 되겠다 싶어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이 기초연금을 갖고 된다, 안 된다 싸우고만 있으니 퍽이나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이 같은 답답함은 비단 기자의 할머니만 느낀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정부과 국회의원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었다면더 할 수 있습니다. 나랏일 한다는 사람들이 직접 경로당, 노인정 같은 데 찾아와서 말로는 당장 줄 것처럼 했는데 정작 통장에 찍히는 돈이 없으니 허탈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도 요즘 국회의원들은 경로당처럼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참 부지런히 다니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얼마 전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았습니다. 황 대표는 “예전에는 있는 것을 자식에게 다 쏟아 붓고 나라에 바친 후 자식들이 크면 나를 부양하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당신 것이 없다”며 어르신들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본 목적은 기초연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황 대표는 “대선공약을 했는데 국가 재정이 녹록치 않다. 세계 경제는 어렵고 세수는 줄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소득하위 70% 어르신께 우선 드리는 것으로 인수위원회 때부터 대한노인회와 합의를 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초연금 왜 못 줄까요? 황 대표 말대로라면 합의안에 따라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야당은 그것은 안 된다고 해서 절충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산도 작년에 다 준비해 놓았다면서 야당 반대로 못해 “어르신들께 면목이 없다”고 했습니다. 황 대표를 만난 어르신들은 민주당 때문에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셈입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강원도까지 찾아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전 원내대표도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개발 산업화 시대에 희생을 감내하고 노후대책 없이 오로지 가족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온 세대”라며 치켜세웠습니다. 또 황 대표처럼 기초연금 예산도 준비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놓고 전 원내대표도 똑같이 기초연금을 못 주고 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다만 내용만 다릅니다. 전 원내대표는 “정부가 당초 약속을 깨고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기초연금으로 해서 국민연금과 연계하겠다고 하는 안은 53세 이하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는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안”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어르신들은 새누리당 때문에 못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어르신들은 결국 여야 지도부로부터 각기 이유만 다를 뿐 기초연금을 못 주고 있는 변명만 들은 셈입니다. 여야는 약속했던 ‘기초연금 7월 지급’을 못 지키고 있는 게 누구 책임인지 어른신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싶었나 봅니다. 여기에는 6ㆍ4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심’을 잃을까 걱정하는 속내도 담겨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가뜩이나 선거철이면 경로당 문턱이 닳는데 ‘기초연금 변명’까지 들으랴 어르신들은 매우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도통 모르겠다”기자의 할머니처럼 말이죠.

올초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에서 각 시도 노인연합회를 찾아 정부의 기초연금을 설명한 것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야당을 압박하며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문형표 장관을 꾸짖었습니다. 그랬던 민주당까지 경로당을 찾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친목을 도모할 경로당은 기초연금 해명 장소가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해명은 들었지만 그래서 기초연금 어떻게 된다는 건지 어르신들은 아직도 모릅니다.

여야는 ‘따로따로’ 지방 곳곳 경로당 가는 시간에 기초연금 합의를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끝장토론’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이번 달엔 기초연금 받으려나 기다리실 할머니께 용돈 좀 드려야겠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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