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령·지역 고려해 100명 무작위 추첨
현행선거법 개정 등 새누리당 동의가 관건
새정치비전위원회(비전위)가 첫 정치 혁신안으로 ▷비례 의석 확대 ▷의원평가제 도입 두 가지 방안을 꺼내놨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 수를 확대하고, 4년 임기 중에도 국회의원에 대해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로 ‘시민평가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비전위는 19일 오전 정치 혁신안 1호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 이후 당 대표 직속기구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회의’를 구성한다. 시민회의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몇 석으로 늘릴 것인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 국회의원 정수 등을 논의한다. 시민회의 구성은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추첨을 통한 무작위 선정하고 정원은 100명으로 한다. 비전위는 “시민의원들이 1년간 선거제도를 학습하고 토론과 논쟁 과정을 거쳐 최적의 안을 도출하면 추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안을 당의 공식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삼아 국회에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경환(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수뇌부의 한 축인 안철수 의원에 대해 “새 정치는 새 정치답게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그간 선거구제 개편, 정치 혁신 방안 등에서 꾸준하게 논의돼오던 사안이다. 정당별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소선거구제 철폐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역시 큰 틀에선 국회 의석 가운데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향을 기본 골격으로 한 제도들이다.
현재의 지역구도 정치가 특정 지역의 의견이 과대 또는 과소 대표되고 있기 때문이라면, 이 격차를 줄여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평가되는 지역구도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관건은 새누리당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도 도입을 위해선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비전위 측은 ‘국회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호남에 비해 인구 수가 배가량 많은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리자는 취지의 혁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인 상태여서, 본회의 통과가 관건이다.
비전위는 또 시민에 의한 국회의원 평가제도 도입과 평가에 따른 결과가 각 정당의 공천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비전위는 “국회의원의 역량과 자질은 선거 과정뿐 아니라 의정활동에서도 상시적으로 평가돼야 하고, 그 결과가 공천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비전위는 또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국회의원이 대상이고, 이후 평가 대상을 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들로 확대키로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비전위는 “평가에 시민이 참여, 중립성을 담보하고 선거 시기가 아닌 일상 시기에도 정당과 국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비례대표 확대’ 사안과 달리, 국회의원에 대한 상시 평가제 도입은 새정치민주연합만의 결정으로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논란은 이미 선거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시민에 의한 의원평가제가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느냐에서 쟁점화될 공산이 크다. 또 현역 의원들에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정치 신인 발굴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