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통합신당 창당과 6ㆍ4 지방선거, 원내대표 선거 등 야권의 바쁜 일정 탓에 인사청문회에서 ‘칼끝’ 역할을 담당해야할 민주당 의원들의 예리함이 무너졌다.
민주당 등에 따르면 19일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책 질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야당 의원들의 단골 메뉴인 ‘아들의 병역 면제’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은 ‘충분히 소명이 된다’고 청문회 시작 전부터 판단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실 관계자는 “의사인 이 후보자의 아들이 운동을 하다가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해 면제가 됐다.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딸이 모 증권회사에 다닌다는 사실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큰 문제를 삼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정책 위주의 품격있는 인사청문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보금자리 주택을 구입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괜찮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이같은 야당 의원들의 판단은 이 후보자가 김중수 전 한은 총재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은 부총재였던 이 후보자는 김 전 총재의 퇴임식날 “‘이 조직’이 아니라 ‘우리 조직’이라는 생각으로 대다수 구성원을 끌어가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김 전 총재를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이같은 언급은 한은 독립성 문제를 지적하며 김 전 총재를 비판하던 야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를 ‘괜찮은 사람’이라 판단한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야당 기재위원들의 숨가쁘게 바쁜 일정도 이날 청문회가 ‘품격있는 청문회’가 된 이유로 평가된다. 야당 기재위원들 중엔 통합신당 창당과 각종 선거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이낙연ㆍ이용섭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에, 설훈ㆍ홍종학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에 관여하고 있다. 5월에 있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는 최재성ㆍ조정식 의원과 부산에서의 개인 일정 탓에 17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치 않은 문재인 의원도 기재위 소속이다.
청문회는 청문회가 개최될 당시의 정치 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3월 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김병관ㆍ윤진숙’ 후보자 때문에 다른 장관 후보자들은 비교적 쉽게 청문회를 통과했다. 헌재소장 후보자였던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다음 후보로 오른 박한철 후보자는 전임 후보자 ‘후광 효과’를 누렸다. 이달 초 열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청문회도 구설 탓에 불명예 낙마한 윤 전 장관과 ‘새누리당 4선’이라는 이 후보자의 배경 덕에 큰 마찰 없이 치러졌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