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는 사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막장 드라마의 흔한 소재는 우리 모두는 ‘한가족’이다. 사랑했지만 알고보니 배다른 동생이라거나,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이혼한 언니의 전 남편이라는 등이다. 이같은 설정은 TV에서 넘치는 낡디낡은 소재들이다.

지난 4일 국회에서도 한편의 드라마가 방영됐다. 4선 현역 새누리당 의원인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TV드라마의 영향이었을까. 이날 드라마의 소재는 우리 모두는 ‘아는 사이’쯤 된다.

‘훈담 선빵’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날렸다. 그는 “든든한 대선배님이 오셔서 우리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각별한 ‘형님’사랑은 유별난 데가 있으니 차치하자. 그는 지난해 6월에도 한 ‘형님’께 “맹세코 저는 아니다”는 문자를 날리기도 했으니. 아무튼 이날 청문회장엔 전에 없던 훈기가 돌았다.

청문회장이 너무 화기애애해서였을까. 이 후보자는 ‘구설’에 오를만한 말도 남겼다. 이 후보자는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 “지역구가 마산항을 끼고 있는 마산”이라고 했다. 마산항을 끼고 있는 마산의 인구는 40만명 가량. 그의 말만 놓고 보면 해수부 장관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구가 그쯤 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던 그의 말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2012년 10월 11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장관 등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의종군’의지였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공식 선언이 아니었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야당을 ‘판꾼 정당’, ‘무뇌정당’이라 비난했던 발언들과 해수부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던 일, 부동산 투기 의혹 지적도 오갔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장에 참석했던 여야 의원들, 기자들, 국회 소속 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혹여 실수로라도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청문회 시작 6시간만에 채택됐다. 1~2일후 채택이 통상이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손쉽게 통과한 것은 다분히 ‘현역 예우’ 덕이다. 현역 의원이 장관에 낙점될 경우 청문회는 맥빠지기 일쑤다. “다 아는 사이끼린데 어떻게 세게 하겠냐”는 한 야당 의원의 말엔 ‘동료 의식’이 짙다. ‘아는 사이’ 덕에 손쉽게 통과한 해수부 장관. 해수부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4조4000억원이다.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