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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는 ’초초갑’… 문턱 닳을만큼 의원실 찾는 기업들
“그 분들이요? 국회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시죠”

강화된 기업들의 국회 대관 업무 분위기는 국회 의원회관실에서도 감지된다. 과거엔 1순위가 청와대와 정부 부처였다면 이제는 국회다. 국회에서도 여당 의원실이 주 대상이었다면 지난해 하반기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엔 야당이 ‘관리대상’ 1호 목록에 올랐다. 신경 써야할 의원실 수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인력을 국회에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특히 각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과 국회에 증인으로 불출석했던 재벌 총수가 정식재판에 회부돼 망신을 당하고 벌금 선고를 받은 사건은 기업들이 국회를 ’갑중의 갑’으로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이젠 자칫하면 국회 불출석으로 재벌 총수가 ‘체포’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기업들의 ‘국회 발걸음’이 분주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과거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면 지금 중요한 것은 국회 선진화 법이다. 입법부 권한이 엄청나게 강화됐다”며 “특히 야당의 경우 갑을 관계로 따지면 이제 ’초초갑’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은 전체의원의 60%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300석 의석 가운데 127석(42.3%)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면 그 어떤 법안 통과도 어려운 것이다.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는 야당의 반대에 밀려 두달 넘게 표류했고 때문에 새 정부 출범도 지연됐다. ‘제왕적 대통령’ 위에 ‘초초갑 야당’이 있는 셈이다. 달라진 야당의 위상에 기업들 대관 범위도 늘어났다.

민주당 산업통상자원위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 은행들은 대부분 공무원을 상대로만 대관 업무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국회에도 출입한다. 자본시장법, 금산분리법 등 업무 관련 법안들이 국회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모든 상임위를 대상으로 ‘대관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경제민주화 법안 상당수가 추진되는 정무위나 기재위 소속 의원들 방이 ‘작업’ 1순위 대상이다. 방문 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란 비명도 들린다.

여당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평소 안보이던 회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엔 대기업들이 주였지만 최근엔 중견기업들까지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대관팀을 짠 회사 실명까지 언급하며 ‘대관 강화 분위기’를 긍정했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예민한 부분인 ‘총수’ 문제가 국회에 걸려있는 것은 기업들의 국회 대관업무 강화의 일순위 배경이다.

최근 법원은 국회 출석 요구에 세차례 불응한 혐의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벌금 최고액 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높은 액수다. 이같은 처벌 강화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공정경제’와 맞물리며 국회에서의 ‘재벌총수 처벌 강화’ 입법으로 이어진다.

국회에선 ‘총수 본때 보이기’ 법안 움직임도 한창이다. 올해 2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구인토록 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국회 내 ‘상원’으로 평가되는 법사위 위원장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각 기업들은 총수가 ‘체포’ 돼 국회에 출석하는 상황을 목격해야 할 수도 있다. 의원실 한 보좌관은 "기업들은 자신의 오너가 증인으로 출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입법은 하나같이 기업들이 예민한 현안들을 다룬다. 올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들의 자기 총수 빼기 민원도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홍석희ㆍ백웅기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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