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입법의 ‘고속도로’로 여겨졌던 ‘여야 6인 협의체’의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상임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대선 공통공약과 주요 민생 현안 관련 83개 법안에 대한 ‘대승적(?)’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의 논리는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권 침해 우려지만, 속으로는 각 당 내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목소리가 더 높은 쪽은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개별 의원의 입법권도 이유지만, 청와대의 령(令)을 받은 친박, 이른바 ‘청박(靑朴)’에 당이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없다는 분위기까지 겹친 모습이다.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30일 “민주당은 6인 협의체에서 합의된 건 ‘무조건 통과’라는 입장인데, 새누리당 입장은 6인 협의체에서 다룬 법안은 민생ㆍ경제 현안이니까 우선적으로 다루자는 것이지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입법권 가진 개별 국회의원이 거수기 노릇만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지난 16일 새누리당 확대원내회의에서 지도부를 향해 “6인 협의체가 83개 법안에 대해 뭘 얼마나 잘 안다고 결정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6인 협의체 반대’ 논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입법권을 행사하는 데, 6인 협의체가 자율성을 해치고 전문영역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상임위의 역할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5ㆍ4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전면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의 ‘말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탓도 크다. 6인 협의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임시기구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