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낮 국회 후생관 앞에선 ‘굴 시식 파티’가 열렸다. 지난해 ‘노로 바이러스’ 파동으로 굴 소비가 줄어들면서 국내 최대 굴 산지 경남 통영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이 나선 것이다. 행사에는 황우여, 이한구 등 새누리당 지도부 등 모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오는 6월 국회 예결위원장에 오르는 이 의원이 ’굴사랑, 고향사랑’에 자신의 파워를 한껏 자랑한 셈이다.
자칭타칭 국회 내 ‘굴 전도사’인 이군현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의원들도 먹는다더라’라는 입소문이 나면 영양과 안전이 확보된 굴의 소비가 늘어 날 수 있다. 지역구민들을 위하는 마음과 안전하고 영양 만점인 굴을 국민들이 많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모아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해 ‘노로 바이러스’ 파동으로 인해 굴의 산지 가격은 30~40% 가량이나 폭락했다. 막연한 공포심이 굴 소비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든 것이 원인이다. 일반인 뿐 아니라 이날 행사에 초청된 국회의원 일부도 “위험하다던데 진짜 괜찮냐?”고 되물었다.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다.
‘굴이 정말 안전하냐’고 물었더니, 이 의원은 짧게 “전세계적으로 위생에 가장 민감한 미국 사람들도 통영굴을 먹는다”고 답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올해 1월 통영을 ‘청정지역’으로 분류했고, 이에 따라 통영 굴의 미국 수출길도 다시 열렸다. 이날 행사 시작 1주일 전엔 통영 굴을 실은 배가 미국으로 출항하는 ‘경사’도 있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 검역절차는 수월하게 넘었지만, ‘굴은 위험하다’는 국민 인식은 여전히 넘기 힘든 벽인 셈이다. 이 의원은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보도되면서 화면에 잠깐 굴 모습이 비쳤는데 그 때 이후 굴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굴에는 다른 식품에선 섭취하기 어려운 아연 등 무기질이 다량으로 포함돼 있다. 굴을 가리켜 ‘바다의 우유’라고 부르는 것도 풍부한 영양 덕분”이라며 “굴 업계 종사하시는 분들 다수는 서민들이다. 1만명이나 되는 통영 ‘굴 까는 아줌마’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통영 출신인 이 의원(3선)은 오는 6월 국회 예결위원장에 오른다. 윤리특위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1년씩 맡는 새누리당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이 의원이 예결위원장이 되면 300조원을 훌쩍 넘는 2014년 예산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게 된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 등 20여명의 의원들이 시식회에 참석한 것도 ‘예결위원장 인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