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가 10人에 당선 가능성 물어보니…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승리냐, 조직앞세운 기성 정치에 굴복이냐, 4월 재보선 최대 이슈로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국민의 50% 가까운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82일 만에 정치권에 복귀한 그의 목표는 당장 대권도,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아니다. 오는 4월 24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금배지를 다는 것뿐이다. ‘국민정치인’으로 그가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지역구 하나에 ‘모두 걸기(all-in)’ 하는 이유는 그만큼 노원병이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선거가 정설이다. 정치인 안철수는 새 정치, 대안정치의 씨앗을 노원병에서 뿌릴 수 있을까. ‘정치공학자’를 자처하는 선거 전문가들은 ‘후보 난립’이라는 일차방정식에 기계적으로 대입, ‘안철수 불리’ 판정을 내리고 있다. 안 전 교수를 단순히 야권 후보군 한 명으로 분류할 때 여권은 단일 후보, 야권은 2~4명의 후보가 난립할 공산이 높다. 야권 후보가 줄수록 안 전 교수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지는 방정식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4명의 다자구도라면 위험하다. 국회의원, 그것도 보궐 선거는 대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40%인 지역에서 60%를 3명이 나눠 갖는데 다른 야당 후보들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의 특성은 투표율이 낮다. 조직이 강하고, 적극 투표층인 중장년층 이상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여당이 유리하다는 ‘조직 프레임’에 기댄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최종 승패는 ‘조직’에 따라 갈린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가 아무런 지역 연고도,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야권표가 분산되고 투표율까지 낮은 ‘악재’를 극복하고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까지는 일차방정식이다. 이차방정식으로 정밀화시키면 결론은 유동적이다. ‘안철수 카드’는 기존 정당이 구성하고 있는 정치공학의 틀을 깰 수 있는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 새누리당은 15년간 군림했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없이 치르는 첫 선거다. 지난 총선 후 진보진영은 고사 직전에 몰려 있고, 계파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민주당의 지지율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더군다나 선거가 새 정치 vs 구태정치, 안철수 vs 기타 후보군으로 짜여지면 선거 판세가 완전히 흔들린다. 안 전 교수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층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윙(swing)’ 카드인 점도 방정식의 난이도를 높인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도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나올 경우 20ㆍ30대에서 지지율은 각각 29%, 35%에 달한다. 민주당이 20대에서 29%에서 15%로, 30대에서 31%에서 14%로 급락한 것은 물론 새누리당도 각각 33%에서 28%로, 26%에서 20%로 이탈이 나온 점이 눈에 띈다. 안철수 신당은 40대에서도 민주당으로부터 10%포인트, 새누리당에서 5%포인트를 가져오는 등 26%의 지지를 얻었고, 50대에서도 민주당 5%포인트, 새누리당 6%포인트를 가져오며 14%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부동층이 30%가 넘는 국내 정치 현실에서 기존 여야 대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김욱 배재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는 “지명도 측면에서 안 전 교수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안 전 교수 당선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안 전 교수의 승산은 더욱 높아진다. 헤럴드경제가 선거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본 결과, 3자 구도에서 안 전 교수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높다’ 3명, ‘보통’ 6명, ‘낮다’ 1명이었다.
안 전 교수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정치권 전체가 복잡해진다. 한창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박근혜 정부, 구심점이 없는 정부 여당, 대선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 모두 ‘거물급 비주류’에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배종찬 리서리앤리서치 본부장은 “안 전 교수가 원내 입성할 경우 ‘안철수 브랜드’가 조기에 가시화될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당의 색깔을 뛰어넘어서 안철수를 중심으로 정치 세력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안철수 신당이 본격화하면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며 “향후 정계 개편이나 신당 창당에 대한 추진력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 전 교수가 패배하면 ‘정치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선임연구원은 “2007년 대선에서 중도 탈락한 고건 씨를 지금 정치인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이라며 “안철수가 지금은 거대한 세력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은 다이나믹한 사회”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부산 영도에 출마했다면 (지더라도) 명분은 있지만 노원병의 경우엔 명분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홍석희ㆍ김윤희ㆍ조민선ㆍ손미정ㆍ양대근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