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하경제’에 쏠리는 눈, 왜?
어느 나라에도 지하경제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하경제’가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급부상했을까. 돈 때문이다.세계적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고소득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를 원했다.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 확대’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이 바로 그동안 세원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지하경제다. 경제 정의와 증세 없는 복지 확대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가 곧 세원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아직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아 그 효과는 두고봐야 할 듯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적게는 135조원, 많게는 20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한 해 예산 342조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인수위가 4대 중증질환 보험 적용 등 대표적 복지공약을 당초 공약보다 후퇴시킨 것도 재원 마련의 부담에 짓눌린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하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새누리당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370조원(국민총생산의 24%)가량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러 지하경제 규모를 파악한 중간값을 채택한 것이다. 여기엔 세금 탈루와 체납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실제 지하경제 규모는 370조원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게 학계의 분석이다.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문적인 관심으로 지하경제를 추산해볼 수는 있지만, 이 수치를 정책의 기준점으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연구의 권위자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17.1%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2005년)의 발표 자료는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2003년 기준 GDP 대비 21% 규모로 산정하고 있다. 인수위 국정기획분과 인수위원이었던 강석훈 의원은 교수 시절이던 2008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07년 GDP 대비 20%인 지하경제 규모가 2020년 10%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학자마다 추산 방식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재원 확보 규모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보고를 보면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달러(약 830조원)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환수하면 세수 증가 규모가 5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정을 강화하면 경제주체도 반드시 대응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처음 1년 동안은 3조~4조원을 추가로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그만큼의 추가 세원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