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기획단장이 결선투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문(非文) 연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일부 후보 캠프에선 ‘경선 불참’으로 항의의 뜻을 표하겠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추 단장은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수백만명을 갖고 완전국민경선을 한 달간 권역별로 진행해 왔는데 또다시 결선투표를 하자면 동일한 심사위원(선거인단)을 갖고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며 “논리상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참여열기와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결선투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초반에 주장했다면 적극 검토하고 경선방식을 바꿀 수 있었을 텐데 막판에 느닷없이 그런 주장을 한다”며 “설계가 다 끝난 마당에 그렇게 되니까 주장을 한쪽도, 받아들인다 해도 미비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경선기획단은 국민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완전국민경선제를 마련했지만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비문 연대’ 측 대선 후보 주자들은 결선투표제와 국민배심원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이날 추 단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각 후보 캠프측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손학규 후보 측은 “완전국민경선제로 가서는 집권이 어렵다. 역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인지, 대권을 잡으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 측은 “처음부터 후보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경선 룰 채택이 비민주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김두관 후보 측도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로 선정됐을 때도 결선투표제(당시 선호투표제)가 도입됐었다. 처음보는 생소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당초 18일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경선 룰 잠정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며 룰 확정 시일이 다소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 내 일부 후보 캠프에선 ‘경선 불참’이라는 극약 처방을 선택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룰이 확정되면 경선에 참여 하는 것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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