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에 이어, 야당이 노동정책을 통해서도 본격적으로 재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은 파견근로자법을 당론으로 채택ㆍ발의하는 등 비정규직 보호와 고용안정 강화에 당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발의(1997년) 13년만에 통과된 노동법안이 본회의 통과(2010년 1월) 2년만에 원천 무효화될 공산이 커지게 됐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소야대(여당7ㆍ야당8)로 구성되면서 노동유연성을 악화시키는 노동관련법안들이 무더기 통과될 될 우려가 커지며 재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파견근로자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은수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의 핵심은 파견과 도급을 분명하게 구분, 원청 업체가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직업안정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채택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도 이 법의 적용을 받게하고, 직업안정법 개정안은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또 2010년 1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노동관련 법안을 원천 무효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핵심 쟁점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시킨 타임오프제 폐지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방안 삭제다. 민주당 등 야당은 “노조 탄압을 위해 도입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폐지하고 노사 자율 협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타임오프제 실시 2년 동안 유급 노조 전임자 수는 평균 2.8명에서 1.9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고용주는 인건비 절약 등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활동 금지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또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역시 복수노조 도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창구단일화가 실시된 이후 사측과 유착된 노조가 설립돼 협상을 방해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손학규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고 야당들은 노동법에 명시돼 있는 1주에 최장 52시간 근로, 근무와 근무 사이 11시간의 휴식시간 보장 등에 대해 ‘법대로 하자’는 방안도 꺼내들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재계측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견근로자법은 기업의 다양한 고용 형태를 훼손하고 고용 유연성을 높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영완 한국 경영자총협회 팀장은 “한국의 파견근로자 활용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야당의 파견근로자법은 파견은 ‘나쁜 고용형태’라는 흑백 논리에 치우쳐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현행법을 폐지하자는 야당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계는 “노조 전임자 임금부담은 노조가 직접 담당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 방안에대해서도 “사측이 여러 노조를 상대로 교섭을 벌여야 하게돼 교섭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직장 안정성 차원에서도 창구단일화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화물차 기사 등 특수고용직이 4대 보험을 적용받게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로 구분된다”고 반박했고, 노동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사 문제가 정치 쟁점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경영참여 의무화에 대해선 ‘주주자본주의 원칙 훼손’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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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과 도급= 이론적으로 지휘명령을 원청업체가 하면 파견이고, 하청업체가 하면 도급이다. 하지만 실제에선 구분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원청의 지휘명령을 단순 전달만 했더라도 고용 책임이 하청업체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 민주당은 파견과 도급을 명확히 구분해 원청 업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