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득표땐 이자붙여 환급
펀딩 투자자 흥행성 제고 효과
특혜시비 등 검은거래 차단도
실제로는 수조원 규모 소요
500억원으로는 현실과 괴리
철저한 감시장치 뒤따라야
저축은행 비리로 사법 처리 위기에 놓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수사 중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과연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렇듯 한국 정치사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선자금 모금방법에 새로운 대안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 측은 당내 경선 통과를 전제로 선거비용 560억원을 펀드로 조성하겠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광역자치단체장, 국회의원선거에 일부 도입됐었지만 대선에서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과)는 9일 “펀드 방식은 공개적이고 투명적으로 모금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어 바람직하다”면서 “대선이 끝나고 나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모금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들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펀드 모금 방식은 성공할까. 그리고 대선자금은 투명해질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559억7700만원으로, 지난 대선보다 20.1% 증가했다. 지난 2월 말 현재 전국 총인구 5083만9280명 1인당 950원씩에 소비자물가변동률(15.9%)을 고려해 산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선거와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에서 득표 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인 경우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의 전액을 국고에서 지급한다.
정치전문가들은 560억원 정도라면 열혈팬을 거느린 후보로서는 도전할 만하다고 공통된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여야 1대 1 구도가 되면 설사 선거에서 패배해도 최소한 40%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어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정치자금으로 날리는 도박이 아니라 원금이 보장되고, 후보가 제시한 이자도 받을 수 있다. 2010년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시민 후보는 선거비용 40여억원을 연리 2.45%에 사흘 만에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47시간 만에 모금을 완료한 바 있다.
펀드 방식으로 대선자금이 모금되면 검은 뒷거래가 사라지고, 특혜 시비 등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후보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흥행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돈은 어차피 들어가고, 펀드 방식이 나쁜 방법은 아니다. 돈을 어떻게 모으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잘 쓰기만 하면 된다. 정치자금의 현실화는 후원, 모금인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펀드는 선거자금을 모금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선펀드가 목표액만큼 조성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과연 법정선거비용만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느냐가 문제다. 과거처럼 뭉칫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군중 동원 방식의 선거운동은 사라졌지만, 법정선거비용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정확한 대선자금의 규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3000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1990년대 여당의 사무총장이었던 한 인사도 “수조원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몇십, 몇백억원이 눈에 보이냐”고 증언할 정도다.
강 교수는 법정선거비용 현실화와 관련해 “모금액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떻게 모이고 어디에 지출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면 금액에 대한 규모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모금의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법정대선비용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비용은 예비후보 등록(선거 전 240일부터 가능)부터 인정되고, 선거 후 60일 이내에 국고 보존이 이뤄진다. 지난 6일 기준 90일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인 연 3.54% 수준 이상으로 추정할 때 210일을 쓰면 약 11억4193만원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난 총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신고한 재산은 11억7657만원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