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은 됐지만 통합진보당은 당분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식물정당’이 될 공산이 커졌다. 구당권파와 혁신비대위가 매 사안마다 팽팽히 맞서며 ‘도대체 되는게 없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상임위 배정 문제를 두고도 구당권파와 혁신비대위 측 의원들이 중복되면서 갈등의 소재가 될 공산이 크다.
4일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과 강동원 의원은 모두 문방위를 지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구당권파, 강 의원은 참여당계다. 교과위에도 정진후(중립) 의원과 김재연(구당권파) 의원, 복지위에도 오병윤(구당권파) 의원 박원석(혁신비대위) 의원이 중복으로 지망했다. 통상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각 상임위에 1명씩의 의원이 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한 의원이 상대에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안으로부터 시작된 구당권파와 혁신비대위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당적 제명안까지 복잡하게 꼬이면서 어느 한측이 쉽게 상임위를 양보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통진당 관계자는 “하나부터 열가지가 다 꼬여있는 상태다. 의총 개최부터 원내대표 선출까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초 혁신비대위측이 5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의원단 총회도 열리지 않게 됐다. 의총을 소집할 수 있는 최소 의원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구당권파측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다. 혁신비대위측도 불과 5~6명의 의원들만 참여하는 미니 의총 개최의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의총은 당대표 선거 이후로 기약없이 미뤄졌다.
오는 9일~15일사이 열리는 당직선거 재투표를 관리하는 업체를 어느 곳으로 선정하느냐에서도 구당권파와 혁신비대위 간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구 당권파측은 “우일소프트는 부실업체다. 기술전문가 회의에서 드러났다”며 업체교체를 요구했지만 혁신비대위측은 “업체선정과 관련한 옳지 못한 예단과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그간 비교적 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진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도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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