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창출 ‘일등공신’
권력투쟁 ‘견원지간’
임석폭탄 안고 한배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얄궂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대통령 탄생에 손발을 맞춘 일등공신이지만, 정권 초 사이가 틀어면서 견원지간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권 말 이틀 간격을 두고 ‘동일 사건’에 관련돼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끝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찌됐건 다시 한 배에 오르는 운명이 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통령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멘토다. 정계 입문부터 서울시장, 대통령까지 정치적 토대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반면 정 의원은 신진세력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준비하던 2000년 영입됐다. 오랜 공직 경험에다 서울지역에 정치적 둥지를 틀려던 정 의원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구세력인 이 전 의원과 신세력인 정 의원은 태생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권 탄생 과정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같은 배를 탔지만, 이후부터는 투쟁의 관계로 바뀐다. ‘피’로 맺어진 권력인 이 전 의원은 정권 초부터 청와대를 비롯해 행정부와 정치권에 점령 깃발을 꽂는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권력과 맺어진 정 의원 측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정 의원에 대한 총리실의 사찰은 결정타였다. 당시 총리실 사찰을 주도한 인물은 이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었다. 정권과 함께 순장할 수밖에 없는 구세력으로서는 차기 권력의 싹이 될 신세력에 대한 일찌감치 견제에 들어간 셈이다. 이때부터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을 겨냥해 ‘형님권력’의 척결을 부르짖고, 두 사람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사이가 된다. 이 의원의 18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50인 서명파동의 주인공도 정 의원이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요약하면 일단은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임석 폭탄’을 양쪽에서 들고 있는 셈이다. 한쪽이 무너지면 떨어져 폭발하는 폭탄 말이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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