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대선 잠룡 대부분이 본격 링 위로 오른 가운데 충청권, 특히 세종시가 대권 주자들의 혈투를 가늠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2일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식에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참석하면서 세종시가 연말 대선의 첫 전장(戰場)이 되고 있는 것. 특히 세종시는 ‘충청승리=대선승리’라는 방정식을 이끌어낼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세종시 출범식, 대선주자 총출동=2일 오전 세종시 출범식에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과 손학규·정세균 등 민주통합당 대권주자들도 참석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하루 앞서 세종시를 방문했고, 김두관 경남지사도 ‘지방 분권’을 강조하며 세종시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위원장이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세종시 출범식에 참여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그는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세종시 이전 수정안에 반대하고 원안을 고수했다. 박 전 위원장이 충청권에 ‘신뢰’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정치권에선 박 전 위원장의 입지가 ‘여당 내 야당’으로 확고해 진 것도 세종시 대처법에 기인한 바 크다.
실제로 박 전위원장의 충청권 지지는 압도적이다. 최근 여론 조사(리얼미터)에서 박 전 위원장은 안철수 교수와의 양자 대결에서 60.2%를 차지해 안 교수(31.6%)를 두배 차이로 눌렀다.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박 전 비대위원장(59.7%)은 문 고문(25.7%)을 압도했다. 세종시 이슈 외에도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인 덕택이다.
민주당의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세종시 구애’에 나섰다. 한발 앞서 나간 문 고문은 지난 1일 세종시가 있는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첫 대선 정책 ‘문재인의 강한 지방 선언’을 발표했다. 세종시를 지역발전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교부세율을 2%포인트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미완성의 세종시를 신행정수도로 완성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손학규 고문 측 역시 세종시 기능 강화에 찬성했다. 김두관 지사측도 별도의 자료를 내고, 지방자치와 분권화 균형 발전이 김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세종시에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도 검토중에 있다. 매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충청도가 이번에도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양상이다.
▶충청승리=대선승리?=대통령 선거에서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은 언제나 주요 변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매번 충청권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까지 충청권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올 대선에서의 승리도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선 충청도가 더이상 ‘핫바지’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세종시의 원안 추진이냐 수정안이냐는 논란에서 결과적으로 원안이 채택됐고, 이 외에도 대덕 연구단지 및 혁신도시를 충청권이 따내면서 철저하게 지역의 이익이 되는 곳에 표를 던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을 대표하던 정당이 사실상 와해되면서 충청도 민심의 정중앙에 ‘지역 이익’이 들어서게 됐다”며 “지역출신이기에 찍어주는 투표행태는 더 이상 없다. 지난 총선에서 심대평 후보가 이해찬 후보에 진 것이 상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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