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결국 대법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여야 정치권이 원구성 협상의 전제 조건을 두고 치열한 정쟁만을 일삼은 탓이다. 막판 핵심쟁점은 ‘언론사 청문회’ 하나로 좁혀졌지만 여야는 26일까지도 서로 ‘네탓 공방’만을 펼치고 있다.
차한성 법원 행정처장은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방문해 신임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임명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할 예정이지만, 쓸모없는 여야간 정쟁싸움에 묻힐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요 ‘동백아가씨’를 언급하며 “지금 민주당이 국민들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사법부가 거의 반신불수 상황에 빠져 있는데도 거대야당이 국회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정치권이 공동으로 욕을 먹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했겠느냐”며 민주당 책임론을 거론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직 새누리당의 입장 정리가 안됐지만 민주당이 보일 수 있는 성의를 보였고 새누리당도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서 개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게 하겠다”고 화살을 새누리당으로 돌렸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 선정(통상 2일), 인사청문특위가 증인이나 감정인, 참고인을 부르기 위한 시일(5일 전) 그리고 대법관 4명 청문회에 1명당 1∼3일이 걸리고 청문위원 선임요청(2일) 등을 역산하면 하면 이날(26일)은 대법관을 제때 인선할 수 있는 물리적 마지노선이다.
때문에 대법관 4명의 업무 공백은 현실화했다. 오는 7월 10일 박일환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임기가 종료된다.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마지막 핵심 쟁점 사안은 민주당이 제안한 ‘언론사 청문회’안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대해선 이미 여야 합의가 상당부분 이뤄졌다. 새누리당은 ‘단독국회’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며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원샷 개원’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단독국회는 협상포기를 의미한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라도 신중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언론사 청문회 카드를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19대 국회 초기부터 여당에 대한 기선 제압용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낙하산 인사’로 평가되는 김재철 MBC 사장의 비리를 청문회를 통해 밝혀내면서, 정수장학회문제까지 정치쟁점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사기업의 문제’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야가 언론사 청문회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크게 3개의 소부(小部)로 구성되는데 4명의 대법관이 물러나면 2명의 대법관이 빠지는 대법원 1부는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1명씩이 빠지는 2부와 3부도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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