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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대 국회의원 첫 월급날 - 민망한 국회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55억9709만4000원...’ 한 달동안 헛발질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 300명의 월급통장에 꽂힌 국민 혈세(血稅)다. 국민의 피부엔 전혀 와닿지 않는 ‘정쟁’의 성찬에 쓴 돈치고는 입을 떡 벌어지는 거액이다.

19대 국회 첫 월급날인 20일 의원 한 명당 약 1865만6980원의 돈이 통장에 찍혔다. 국회의원 개인 수당 1031만1760원에 사무실운영비, 차량유지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 지원경비 약 834만5220원이 포함된 수치다. 여기에 보좌관(월 평균 400만원)과 인턴직원(월 110만원) 등을 합치면 이번 달에만 100억원을 훨씬 넘는 세금이 국회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혈세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 민의를 살피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가 되겠다”는 다짐은 헌신짝처럼 내팽겨진 현실에 국민들은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다. ‘임기(5월30일)시작 7일 이내에 개원해야 한다’는 법조항이 민망할 정도다. 이날 국회게시판과 SNS(소셜네트워크) 등에 쏟아진 ‘성토’는 국회를 바라보는 민심(民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하지 않으면 그 댓가를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놀면서 국민의 혈세를 챙기고 자신들의 주장만 반복하는데 분노를 느낀다”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국가의 세금이 낭비 되는지 하루 16시간 일해도 10만원도 못 받고 최저임금도 못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분노했다. 여론은 준엄했다. ’일을 하지 않았으면 노동의 대가를 안 받는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국회가 한 것은 오로지 ‘정쟁’ 뿐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둘러싼 종북논쟁과 색깔론, 국가관 논쟁으로 서로를 헐뜯기만 했다. 여기다 법제사법위원장을 새누리당이 맡느냐 민주당이 맡느냐를 둘러싼 상임위 배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서 국정조사와 특점 사이에서 여야는 “네가 잘못”을 한달째 반복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것은 눈에 씻고 찾을 수 없다. 100여개가 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도 열지 못해 마냥 ‘하세월’이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0명중 141명은 전날 세비반납을 결의했다. ‘무노동 무임금’ 총선공약을 지킨 셈이다. “개원일을 못 지킨데 대한 정치적 책임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그렇다고 국회 공전에 대한 원내지도부의 책임까지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국회 파행의 한 축인 민주당은 ‘민망한 세비’를 챙기면서 반성과 사고의 뜻이 없어 보인다. 되레 “일 안했으니 세비 반납하고 당당하게 국회파행을 즐기겠다는 새누리당의 태도에 국민이 아연실색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의 세비반납을 ‘정치적 쇼’로 깎아 내리기에만 급급했다.

날선 공방만 오가는 사이 국민들은 하루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에 허덕이고 있다. 연간 49억명이 이용하는 택시는 “LPG값은 지난 10년간 250% 올랐는데 요금은 3년동안 동결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올스톱 했다.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당장 사법기능이 ‘올스톱’될 위기다.

104년만의 극심한 가뭄보다 더 무서운 ‘말(言)의 화마’가 대한민국 국회를 휩쓸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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