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의 ‘윗선’을 밝혀내는데 실패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야당들이 일제히 ‘봐주기 수사’, ‘소가 웃을 일’이라며 분개했다. 총선 전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새누리당도 약속했던 만큼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등 ‘불법 민간사찰 조사 소위원회’는 검찰 발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사조직이 불법사찰과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쏟아졌다”며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의 고백 증언과 그 녹취록, 입막음을 위해 전달된 자금(관봉, 변호사비 등), 각종 USB와 수첩에 담긴 불법사찰 기록, 은폐를 위해 사용된 대포폰 등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위원회는 또 “불법사찰을 자행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립 목적이 ‘VIP에게 일심(一心)으로 충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건이 발견됐고, 보고체계도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 비선-VIP(또는 대통령 실장)’이라고 돼 있음이 확인된 바있다”며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2일 권재진 법무장관의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날 중으로 민간인 불법 사찰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진상 규명을 국민앞에 약속했었던 만큼,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은 “몸통도 윗선도 돈 출처도 못 밝히고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가 꼬리자르기로 끝났다. 온 국민과 함께 분노한다”며 “이명박 정권의 대형 권력형비리에 면죄부를 준 검찰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통진당은 “법사찰 축소 은폐 당사자인 권재진 법무장관은 수사하지도 않고, 증거인멸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임태희 전 비서실장은 한차례 서면조사로 끝냈다. 가히 정치검찰답다”며 “통진당은 19대 국회에서 전방위적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해 그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도 개별 논평을 내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 없이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과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만 기소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노회찬 의원은 새누리당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 박윤해)은 박영준 전 차관을 추가기소하고, 앞서 구속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도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 등 모두 5명에 대해 기소하는 선에서 재수사를 마무리지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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