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들 이념성향
‘종북좌파 vs 수구꼴통…’ 19대 국회 시작부터 정치권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19대 국회의 민낯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회 앞에만 서면 여지없이 공염불이 되고, 좌(左)와 우(右)로 나뉜 아군과 적군은 극한 반목과 갈등에 온몸을 던졌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 이념 대립 정도가 심하다. 19대 새누리당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보다 오히려 더 ‘보수’로 내달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가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이념성향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평균 6.21(0은 가장 진보, 5는 중도, 10은 가장 보수)로 18대 한나라당 시절의 6.00보다 ‘우향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돈, 김종인 등 전 비상대책위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개혁성향의 정책들이 의원들 개개인의 이념 성향만 놓고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 된 셈이다. 다만, 정책에 대한 접근에서는 사안별로 다른 점이 엿보인다. ‘경제민주화’를 정강에 넣은 새누리당은 경제성장과 복지예산, 초과이익 공유제 등 경제 분야에 있어선 4.41로 외교안보, 사회, 탈물질 등의 분야 중 가장 진보적인 경향을 보였다. ‘사회이념은 우클릭, 경제는 좌클릭’ 이동이 뚜렷한 셈이다.
사람과 옷의 부조화라는 결과치는 4ㆍ11 총선의 공천과 맞물려 있다. 17ㆍ18대 당시 중도개혁 성향의 30~40대(원희룡, 나경원, 홍정욱, 오세훈 등)가 수도권에서 선전하면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혀졌다면, 19대에선 이들이 모두 자의든 타의든 금배지를 반납했다. 특히 공천이 ‘MB 색깔 빼기’에 맞춰지며 ‘계파 교체’가 핵심으로 떠오른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친(親)박근혜계가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이념 스펙트럼이 보다 우클릭한 것이다.
반면, 새누리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반대로 ‘좌클릭’ 경향이 심했다. 18대 당시 4.01로 중도에서 약간 왼쪽에 한 발짝을 걸쳐 놓았었다면, 19대 들어서는 2.91로 온전히 왼편에 발을 들여놓았다. ‘종북좌파’ 논란을 빚고 있는 통진당의 1.62와 비교하면 민주당의 좌클릭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민주당 역시 한때 ‘폐족’으로 불렸던 친노(親盧)가 대거 국회에 입성했고, ‘타도 MB’와 ‘민주당 정체성’이 공천의 주요 기준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MB’와 ‘공천 기준’이라는 똑같은 키워드가 서로 상반되는 결과치를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졌다. 17대에 1.39에 불과했던 이념적 거리는 18대에는 1.61로 확대됐고, 급기야 19대 들어선 3.3으로 배 넘게 멀어졌다. 그만큼 이념적 속성이 강한 쟁점 사안의 경우 서로를 넘어설 수 없는 갈등과 반목이 예고되는 것이다.
재미난 점은 새누리당의 경우 의원들 간 이념 차이가 심하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 3을 적은 의원도 있는 반면, 자신을 극우인 10으로 적은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 간 표준편차만 1.31로 다른 정당(민주당 0.92, 통진당 0.96)에 비해 심했다. 정두언 의원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새누리 진보파’라는 작명은 이 같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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