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종교 대부흥회’, ‘이거 완전 타진요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단독 개최한 공청회에 대해 진보당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평가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 대표가 대회의실에 입장했을 때, 무대에 올랐을 때는 박수와 갈채가, 프레젠테이션을 끝냈을 때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눈물과 함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들만의 리그’, ‘76분간의 모노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 대표는 일성으로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라고 강조했다. ‘근대법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법언도 있다. 위반을 저지른 다음 ‘몰랐다’는 것은 해명이 안된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설명 곳곳에선 이런 논리가 반복됐다. 증거가 명확한 부분에선 ‘단순 실수’였다는 해명이, 증거가 불충분한 부분에선 ‘그러니까 무죄’라는 논리였다. 이 대표는 ‘진보 내부의 상식’, ‘동료에 대한 예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IP중복 투표는 가족당원과 노동조합 당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 발표에선 지역이 다른, 예를 들어 서울ㆍ부산ㆍ강원 지역 당원이 같은 IP에서 투표한 사례도 나왔다. 해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또 선거관리위원의 서명이 없는 사례에 대해선 ‘관리원이 서명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인명부에 나온 이름과 서명이 다른 것 역시 ‘친구가 장난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표도구가 사용되지 않은 투표지에 대해선 ‘기표도구 부족’ 때문이라 했다. 그는 본드 처리된 뭉텅이 표가 나온 것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풀이 살아났다’ 식의 설명은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진상조사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번 분란의 원인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기구로 남겨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가 외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이 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4명의 후보에 대해 선거가 끝난 다음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조사를 벌이자고 대표단에서 합의 한 것이 이번 분란을 낳았다는 해석이다. ‘진상조사위를 진상조사하자’는 공청회의 의도가 다분히 읽혔다.
‘동료에 대한 예의’를 말하던 이 대표는 공청회 막바지, 최근 자신의 지시 사항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전국운영위원들이 모두 직접 온라인 투표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지난주 14명의 비례대표 전원사퇴 안건을 의결한 전국운영위를 못믿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박수와 갈채로 화답했다.
이 대표는 진보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두고 중세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고,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의 얼굴에선 결연함이 느껴졌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당의 현재 문제는 ‘단순 실수’라고 확신하는.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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