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경선부정에도 배째라式
黨 의사결정 NL이 장악…유시민등 스타정치인 영입13석 차지 전국정당 도약…부정경선으로 성과물 독식
민주·국민참여등 이용만 당해
통합진보당 당권파(NLㆍ민족해방노선 계열의 구 민주노동당)가 8일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 개최한다‘. 보이지 않는 손’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당원들의 총투표를 제안하는 역습도 감행했다. 김재연 청년비례 당선자는 지지 확인과 사퇴 반대를 위한 문자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막가파식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안하무인 격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만의 계산이 깔려 있다. 전국운영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모두 55%의 표를 갖고 있다. 전체 당원의 60% 이상을 구 민노당 출신 NL 계열이 점령하고 있다. 사실상 당의 모든 의사결정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당권파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그러나 일견 예견된 것이다. 통진당은 애초부터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한 NL계와 PD(민중민주노선)계의 불안한 동거로 탄생했다. 변변한 간판 하나 없던 NL계열의 구 민노당은 유시민ㆍ심상정 등 스타 정치인을 영입해 정당지지율을 10.3%(4ㆍ11 총선 정당득표율 기준)까지 올려놓았다. 야권연대도 성사시켜 1석에 불과했던 지역구 의석을 7석까지 늘렸다. ‘전국적 정당’이라는 지난 10여년간의 지상 최대 과제를 모두 달성한 셈이다. 부정투표 건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세력과의 연대는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진보진영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마디로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등 합리적 자유주의 내지 진보주의의 인터페이스로 지지를 획득한 후, 조직투표나 부정선거로 그 성과를 자신들이 가로채는 전술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敵)과 손을 잡고 목적을 달성한 뒤에 가차없이 버리는 전술은 과거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과 꼭 닮았다.
김상회 국민대 교수는 “과거 모택동과 스탈린도 다 한 번씩 사용한 방법”이라며 “한쪽은 조직, 한쪽은 스타 정치인을 통한 대중성이 강점이 있었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한 번은 (이번과 같은 사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모택동과 구(舊)소련의 스탈린이 즐겨 사용했던 방법을 21세기에 재현하는 그들의 놀라운 정치적 술수에 국민도 당하고, 그들의 품에 안겼던 국민참여당ㆍ진보신당통합파, 4ㆍ11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감행했던 민주통합당 모두 당한 꼴이 된 것이다.
NL계의 세 불리기에 이용당한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파는 당장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합정당을 차린 지 5개월밖에 안 된 신혼생활을 청산하고 빈손으로 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NL계의 막가파식 행동을 묵과하고 넘어가기엔 정치적 희생이 너무 크다.
민주당의 속앓이도 심각하다. 가뜩이나 지난 총선의 패배가 당의 정체성을 버리고 통진당과 손을 잡으며 극좌로 흘러갔기 때문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마디로 착잡하고 난감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깝다”며 “우리는 단일화 대상이고, 오직 잘되기만 바라고 있다. 저희 당 내에서도 얘기 조심하라고 지시를 해놓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민주당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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