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은 미행과 도청 등 첩보영화를 연상케하는 온갖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9일 KBS 새 노조가 자체 제작하는 ‘리셋 KBS 뉴스9’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보고서에 고위 공직자의 불륜 행각을 자세히 보고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KBS 새 노조가 공개한 공직자 감찰 문서에는 불륜행적까지 보고될 만큼 개인의 일상과 동향이 시간대별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는 사찰 대상을 근거리에서 밀착 감시한 사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2009년 5월 19일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한 사찰내용 보고 문건을 보면 “ 밤 10시 30분, 차 밖에 선 채로 내연녀와 이야기하다가 가볍게 뽀뽀를 하고 헤어질 듯 하더니 같이 아파트로 걸어 들어갔다“라고 적혀있다.

또 불륜행각을 저지른 이 사찰 대상자를 도청한 흔적도 발견된다.

해당 문건에는 “계산하려다 내연녀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려 깨졌다. ’당신 딸에게 뭘사주지’라고 묻자 내연녀는 ’abc초콜릿이면 되’라고 말했다”라고 보고돼 있다.

국무 총리실의 미행과 감시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밀착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보고가 있은 후 두 달만에 이 간부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불륜행각이 ‘윗선”에 보고됐을 의혹도 가늠케한다.

총리실의 불법사찰 대상은 공직자에서만 그치지 않고 야당에 대한 사찰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KBS 새 노조의 보고에 따르면 민주당 김유정 의원과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강정원 국민은행장 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연한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등 기업인에 대한 사찰 정황도 포착됐다.

한편 새 노조는 “이번에 입수한 문건은 조사관 1명이 갖고 있던 것이라 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며 “이미 삭제된 나머지 자료에 훨씬 방대한 (사찰)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성연 기자〉so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