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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신화속의 이어도, 중국의 땅이라니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소설 ‘이어도’에서 이렇게 애기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독도’를 알 듯이, 이어도를 안다. 이어도는 한국인에겐 신화 속 섬으로 통한다.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전설 속 환상의 섬. 고달픈 현실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는 피안의 세계, 그런 이어도가 때 아닌 분쟁지역이 되고 있다.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다“면서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정기순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이어 관할권을 거론하는 몽니를 부린 셈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이어도판 도발’은 최근 들어 그 수위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양경계선에 있어선 중국 관할권에 두려는 어불성설(?)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이어도 인근 수역에서 인양작업을 벌이던 우리 선박에 퇴거를 강요했다. 12월엔 3000톤급 순시선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해양 대국 중국’ 건설의 전초지로 한국인의 신화 속 섬을 뺏겠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사분오열돼 있는 정치권도 ‘이어도 도발’ 논쟁에 한 몫하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이어도, 그건 섬이 아니라 암초다. 해군의 몸집 불리기를 위한 무모한 도전은 중국을 자극하고 갈등을 유발,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 뿐 아니다. 일각에선 괜시리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 중국을 위협하는 쓰잘데기(?) 없는 일은 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주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쪽에선 “중국이 이어도를 도발하면 7시간이면 도착한다”며 맞서고 있다. 또 “중국은 이어도를 도발하는데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말도 한다. 남방 안보를 위해서도 제주해군기지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섬은 늘 거기 있어왔 듯’ 달라지지 않는 사실은 있다. 이어도는 중국의 서산다오(余山島)에선 287㎞,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로부터는 276㎞ 떨어져 있지만 우리 마라도에선 불과 149km 인근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이어도는 누가 뭐라고 도발을 하더라도 오랜 옛날부터 한국인의 신화 속 섬으로 한국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 숨 쉰 곳이라는 점이다.

소설 ‘이어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이어도의 환상에 떠나 보낸 주인공 천남석 기자는 이어도 문제에 천착한다. 이어도에 그토록 부정적이던 그는 그러나 과학의 냉정한 탐사의 시선 속에서 되려 자살을 택한다. 집단적 신화가 깨질 찰나에 죽음을 택함으로써 그 신화를 되살려내는 천 기자 처럼 때아닌 분쟁지역이 되고 있는 이어도의 신화를 일깨울 수 있는 성숙함이 절실할 뿐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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