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4년내내 정쟁(政爭)으로 날을 새우느라, 먼지만 뒤집어 쓴 미처리 법안이 6000여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회 회기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때아닌 법안 발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갑자기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골적인 ‘선거용 생색내기’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2월 들어 15일 현재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모두 73건.
코앞에 다가온 총선으로 국회가 열리지 안열리지도 모르는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신규 법안이 심의를 거쳐 법제화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데도,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 떠난 뒤에’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법안들 중 상당 수가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민생관련 내용이나, 선언적인 정치개혁 의지를 담은 것이어서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 입법활동’ 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안양 동안 을) 의원이 지난 13일 발의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민과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국회의원 수당의 약 1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1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회부, 심사과정을 밟고 있으나 법안 상정 여부는 미지수다.
이진복 새누리당(부산 동래) 의원은 지난 6일 전통상업보전구역 지정절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주승용 민주통합당(여수 을) 의원은 14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한센인 최저생활 보장)’을 발의했고, 손범규 새누리당(고양 덕양갑) 의원은 13’일 ‘노인복지법 개정안(국가의 노인복지증진 의무 이행 충실)’을 제안, 발의했지만 추후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기존에 계류된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법안이 얼마나 깊이 있게 논의되고 의결될 수 있겠냐” 면서 “선거를 앞둔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법활동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고 지적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ㆍ제출된 후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은 계류법안은 6648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복지분야를 총괄하는 보건복지위가 1034건으로 가장 많았고, 민생ㆍ경제분야를 다루는 기획재정위와 정무위가 각각 539건, 503건의 법안을 미처리 상태로 남겨뒀다.
이 관계자는 “복지와 민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법안 발의만 해놓고 후속노력이 지지부진하다면 최근 여론 도마에 오르고 있는 ‘포퓰리즘 공약’과 다를 게 뭐냐”고 꼬집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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