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좀 과한 거 아닌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게 안긴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홍 대표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한나라당과 각을 세워왔던 이 위원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개의치 않고 이 위원장을 품에서 놓지 않았다. 사진기자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홍 대표는 그렇게 이 위원장을 안고서 밝게 웃었다.
지난 14일부터 홍 대표의 본격적인 대외 행보가 시작됐다. 그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긴장관계에 있는 한국노총과 사실상 적진(敵陳)인 참여연대까지 잇따라 방문해 ‘홍준표식 스킨십’을 연출했다.
“허허허” 웃는 홍 대표와 어쩔 줄 모르는 이 위원장의 모습은 흡사 지난 8일 취임인사차 홍 대표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날도 홍 대표가 손 대표와 악수를 나누다 갑자기 손 대표를 끌어안았다. 당혹스러워하던 그때, 손 대표의 표정이 그대로 이 위원장의 얼굴과 겹쳐졌다.
최근 들어 카메라 앞에만 서면 유독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홍 대표의 행동에 대해 당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보여주기 식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반면, ‘친근함을 적극적으로 표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의견도 있다.
평가야 어찌됐든 적어도 이때까지는 ‘친절한 준표 씨’로서의 미션을 무난히 완수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미션 완료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오후 4시57분, 결국 홍 대표는 저축은행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그런 거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어”라며 막말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차로 향하는 길에도 분을 참지 못한 듯 다시 멈춰서서 “홍준표가 그런 사람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좌충우돌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떠올랐다.
상대를 당황시켜 극적 효과를 높이는 것은 정치인에게 흔한 이미지 메이킹 방법이다. 이날 홍 대표가 보여준 두 얼굴은, 특히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사는 기자들에게 한 험한 말은 앞서 보여준 포옹과 오버랩돼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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