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장관·한상대 검찰총장 내일 공식발표
정치권 집단반발 부담 불구여론수렴보다‘ 실용주의’로
인사청문회·국정혼란 우려
“정치권 반발은 여론몰이식
MB의중 몰라줘 안타까워”
“아무리 고심해도 악수(惡手)를 둘 수밖에 없는 카드를 갖고 있다.”
청와대가 ‘권재진 법무장관’ 카드를 강행, 15일 공식 발표키로 하면서 한나라당 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14일 당과 상의하는 절차를 통해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는 ‘권재진’ 카드가 유력한 상황이다. 임기 후반 당ㆍ청 간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당의 집단 반발을 거슬러 인사를 강행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한ㆍ미 FTA, 국방개혁, 영리의료법인 등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산적한 국정과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장고 끝 악수를 택했다.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까지 가세한 정치권의 반발을 무마시킬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당 일각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쓸 만한 사람들은 전관예우 등으로 청문회 통과가 힘들어 대안으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 만나 사정라인 인사에 대해 “청문회 통과가 제일 과제”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패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답변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인사관련 당내 잡음과 관련 “옥동자를 낳는 과정으로 대 환영”이라고 밝혔다. 박헌구 기자/phko@ |
이 관계자는 이어 “고소영 내각이다, 인사파동이다 해서 집권 초부터 인사 문제가 여론 비판을 받았는데 우리라고 욕먹는 인사를 하고 싶겠냐” 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정치권의 반발이 ‘여론몰이’에 가깝다는 억울함 심경도 없지 않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이 법무차관도 가고, 검찰총장도 갔는데 대통령 밑에서 일하다가 법무장관 가는 게 결격 사유가 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명백한 신체상 이유로 군대를 못 갔다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총장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가 임기 말 사정라인 인사라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과거 정부에서 임기 말 총장들이 여러 정치적 격변에 휩싸였다.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판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면서 “일부에서 측근 인사다, 연줄인사다라고 비판하지만 사정라인 인사를 잘못하면 정권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