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구성 등 급조
조직개편·권한 분산
현실적 무리수 분석
정부인사·민간위원 간
문제인식 출발부터 달라
내부 갈등도 한계 지적
예견된 결과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혁신태스크포스(TF)가 개혁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 권한 분산 문제 등을 차기 정부로 넘기기로 했다.
단기 TF를 구성해 정부조직 개편과도 맞물린 금융감독 시스템 개선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급조된 TF…개혁대상이 개혁주체로=부산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금융감독원과 업체 간의 유착ㆍ비리가 이번 금융감독 혁신 작업의 시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4일 금감원을 방문한 후 금감원을 강하게 질타하고 제3의 기관이 주도하는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민간 6명, 정부 5명의 인사로 구성된 TF가 꾸려졌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공동팀장을 맡고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추경호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참여했다. 개혁 대상인 금감원 인사는 빠졌다. 하지만 금감원을 지휘하는 금융위 인사 및 기획재정부 인사들이 포함됐다.
성역 없는 개혁을 위해 민간위원들이 포함되긴 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개혁이었다.
금융감독 정책 실패의 당사자인 금융위 인사들과 감독시스템을 정립한 정부 측인사들이 시스템 실패를 먼저 물어야 하는 TF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우제창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실무진뿐 아니라 TF 전체 인원 21명 중 7명이 모피아 출신”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권 후반에 조직개편 자체가 무리=대통령의 호통으로 시작된 TF가 금감원 권한 분산 및 금융 관련 정부부처의 조직 개편을 단시간에 손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도 분분했다.
정권이 바뀌고 인수위에서나 다룰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 문제가 맞물려 있는 시스템 변경을 고작 두 달 시한도 안 되는 TF에서 다룰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펼쳐놓은 정책 주워담기도 힘든 마당에 금융감독 체계를 흔드는 일이 도대체 가능한 일이냐”라고 말했다. 결국 TF 구성 자체가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고식지계에 불과했다.
여기에 TF 내부의 정부인사, 민간위원들 간의 갈등도 TF의 한계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초 TF에서 정부 측 인사들은 현 시스템 수정을 최소화하는 방향, 즉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결론 지을 방침이었다.
반면 학계 중심의 민간위원들은 금감원의 권한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며 금융감독권 분산 차원의 대안을 논의 결과에 집어넣으려 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과 한국은행으로의 검사권 분할 그리고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금융위 산하로 넣는 등의 굵직한 사안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정부 측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당초 정부 측 시나리오대로 TF가 운영되자 민간위원들은 반발하고 일부는 TF에서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내부 관계자는 “금융감독 권한조정과 금융소보원 신설 등의 문제를 현시점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학계에선 정책 혼선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정민ㆍ김윤희 기자/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