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임 지도부가 최근 당직인선 등에 대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정확히 1년전 출범했던 전임 지도부를 그대로 닮아 있다. 이해에 따라 시작부터 반목하는 듯한 모습은 ‘봉숭아 학당’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새 지도부는 지난 5일 업무 시작 첫날부터 ‘계파배제’ 발언과 민생정책 추진을 놓고 충돌했다. 이는 지난해 수석 최고위원이었던 홍준표 대표가 첫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비주류’를 자처하며 안상수 당시 대표와 각을 세웠던 모습과 유사하다. 홍 대표는 당시 지도부의 첫 공식일정인 국립현충원 참배 일정에도 불참했다.
기싸움은 특히 현재 7ㆍ4 전당대회에서 각각 1,2위 득표를 기록한 홍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지난해 2.2% 차이로 지도부에 들어온 당시 안상수 대표와 홍 대표 사이에 형성됐던 알력구도와 비슷하다. 홍 대표는 안상수 대표가 제안한 서민특위 위원장 자리도 거절했었다.
당 대표가 ‘캠프인사’중심으로 한 당직인선을 놓고 최고위원들과 마찰음을 내는 것도 판박이다. 홍 대표는 안 대표가 비서실장을 원희목 의원을 임명하는 등 주요 당직 인선에 대해 “당헌ㆍ당규상 국회의원은 경선캠프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돼있다”며 “캠프에 참여한 의원을 당직에 인선하는 것은 당직 매수행위”라고 비판했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공천에 영향을 주는 당직에 대해서는 선거기간 동안 홍 대표를 핵심적으로 도운 캠프인사로 하지 말고 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탕평인사를 해달라고 최고위원들이 주문했다”고 말했다.
계파해체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논란이 가열됐던 모습도 비슷하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당내 계파의 해체를 요구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당시 친이ㆍ친박 의원들은 ‘무리한 요청’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올해도 취임 일성으로 계파배제를 주장, 유 최고위원으로부터 "나부터 공천에서 배제하라"는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차명진 의원은 지난 4월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에 대한 소회로 “오로지 상대에게 상처주기 위한 막말만이 오가는 동물의 왕국”이었다며 “최고위원이라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서 당의 중심을 세우려고는 안 하고, 상대가 어떻게 되건 간에 자기가 중심이 되려고 하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 남에게 상처 줘서 자기 영역을 차지하려는 건 동물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서경원ㆍ손미정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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