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며 집단 사표를 내던진 대검 수뇌부, 의사와 약사간 힘겨루기로 전락한 의약품분류소위원회, 기득권의 벽에 부딪쳐 공전하는 금융감독 개혁 TF...’
법 적용을 무시한 떼법과 공정사회를 역주행하는 밥그릇 챙기기 등 온갖 형태의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면서 국책사업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사회 갈등이 다시 폭발하고 있다.
검찰의 집단 행동으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은 ‘갈등 공화국’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국회 법사위가 검찰 지휘 범위를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함으로써 검찰 독립을 침해했다며 63년 검찰 역사에 유례없는 대검 수뇌부 집단 사표로 맞섰다. 국민적 공분을 산 저축은행비리를 뿌리뽑겠다고 장담한게 엊그제인데, 초유의 검찰권 공백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듣고 “검찰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음에도, 검찰 측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선 검사까지 집단 행동에 가세할 태세다. 세계검찰총장회의를 개최하면서 검찰 스스로 나라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사권 조정안에 참여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지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국회가 법무부령을 주장하는 검찰과 행안부령을 요구한 경찰의 입장을 공정하게 조율, 대통령령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 이라며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 국민들이 우습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약품 논쟁의 경우, 국민 편익차원에서 감기약 등 가정 상비약의 수퍼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당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전문약(의사)의 일반약(약사) 전환을 둘러싼 논쟁만 요란하다.
지난 15, 21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 의약품분류소위원회는 6~7시간 동안 이런 싸움을 하느라고 정작 감기약의 수퍼 판매는 논의조차 못했다. 감기약의 수퍼 판매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 된 것이 무려 18년전이지만 정부는 아직도 요령부득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융감독 개혁 TF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총리실은 두달째 쇄신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최종 의견조율에 실패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개혁은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만의 집단 행동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서도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국정을 총괄 조정해야 할 청와대는 집권 4년차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의 덫에 빠져 좌고우면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주된 관심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부를 가늠할 복지 논쟁에 쏠려 있다. 결국 리더십 공백을 틈탄 이해집단의 틈바구니에서 공정사회의 깃발은 퇴색하고, 힘없는 국민만 볼모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에 비해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정치 기반이 없다” 면서 “과거 정권은 군부나 영남이나 호남, 운동권 그룹 등의 동지적 지지기반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경제라는 국민적인 요구를 타고 대통령이 됐다가 그 요구가 희미해지자마자 구름위에서 뚝 떨어진 격이 됐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이어 “과거와 비교할 때 리더십의 구심점이 없을 뿐 아니라 여권은 사분오열을 넘어 칠분팔열로 가고 있으며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정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춘병ㆍ김윤희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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