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와 경제단체장의 국회 출석문제, 반값 등록금 등을 둘러싼 ‘포퓰리즘’ 정책 논란에서 촉발된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양측이 반값 등록금 정책, 대기업 법인세 감세 철회를 놓고 한바탕 포퓰리즘 논란을 벌인데 이어 재벌총수의 국회 청문회 및 공청회 출석 문제를 놓고 또다시 대립하는 등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이 국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도 불사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재계는 “출석요구 자체가 정치권 포퓰리즘의 연장선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는 오는 29일 예정된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등 주요 경제단체장을 모두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들 경제단체장이 불출석할 경우 공청회를 출석 의무가 부과되는 청문회로 격상하고, 그래도 출석하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경제단체들이 최근 정치권의 친서민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인데 대해 공청회 형식을 빌어 따져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회 환경노동위도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과 관련, 29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불출석할 경우 청문회 연기, 고발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취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재계가 법인세 감세 철회 및 반값 등록금 추진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에 대해 “도가 지나쳤다”며 맹비난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며 “우선 순위를 서민에 두고 그런 원칙 하에 움직이고 있는데 대기업 편을 안 들었다고 무원칙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생각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고물가, 전세대란에 서민들이 한숨으로 날을 지새고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의 절규가 끊이지 않는데 세금을 안 깎아준다고 볼멘소리하는 재벌은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인가”라며 “소탐대실하지 말고 자중자애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이날도 쓴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은 경제5단체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상견례 자리에서 “경쟁국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일시적 흐름보다 경제원리에 맞게 신중하게 운용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의 출석 요구에는 사실상 불참 의사를 굳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보다 내부 전문가가 참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른 경제단체장들도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