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등록금 30%인하 방안 후폭풍
재정투입 일괄적 인하정부 압박위한 정치적 선택
부실大 생존만 도와주는 꼴
靑 당·정 합의 아니다” 반박
野도 “영수회담 찬물” 비판
설익은 정책 섣부른 발표
되레 혼란만 부채질 우려
한나라당이 3년간 6조8000억원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30% 낮추는 ‘전무후무한’ 복지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돈을 마련하고 실행할 정부도, 국회 파트너인 민주당도, 한 달 넘게 기다린 끝에 1차 결과물을 받아든 국민도 찜찜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학 구조조정, 재원 마련 등 꼭 필요한 후속 대책이 뒷전으로 밀린 데다 정부-정치권-대학 당국과 합의라는 절차도 무시된 채 정치 일정에만 맞춰 한나라당이 성급하게 내지른 결과다. 고등학교 및 대학 미진학자들과 형평성 논란, 그리고 이해 당사자인 대학 당국의 반발이라는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뒷전으로 밀린 대학 구조조정=24일 민주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대학 구조조정은 시간이 걸리는 플랜과 기획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사학 경영진에 일정 정도 지원해준다며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한나라당식 구조조정은 대학 당국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전날 인하방안을 발표하면서, 핵심 전제 조건인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주 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수차례 언급됐던 사항이다. “80%가 넘는 비정상적인 대학 진학률, 또 정원조차 못 채우는 부실 대학이 엄연히 존재하는 마당에,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한 일괄적인 명목 등록금 인하는 이들 부실 대학의 생존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심지어 반값 등록금 당장 실현을 과격하게 외치는 학생 대표들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사립대학법 및 사립대학구조개선법,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등의 제ㆍ개정으로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채찍질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사자인 대학 당국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록금 대책TF 위원장인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정책이 어떻게 입안돼 가는지를 봐 가면서 대학이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내지른 6조8000억원으로 막을 수 있을까=인하안은 당정 협의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결정됐다. 재정 투입을 통한 등록금 인하에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기재부는 ‘한 사업에 이 정도 돈 한 번에 투입하는 것은 전무후무하다’며 구체적인 지원 가능 액수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결국 기재부도 계속 반대하기 힘든 수준이 2조원으로 판단, 발표했다”며 정치적 판단 과정을 설명했다. 설익은 정책을 생색내기로 발표했지만, 내년에 1조5000억원의 재정투입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를 충족시킬지 미지수다. 당장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반값이라고 해놓고 15 %가 뭐냐면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역시 “가짜”라면서 당장 5조7000억원의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당 대표 간 영수회담에서도 민주당은 ‘1조5000억원+알파’를 요구할 게 뻔하다.
매년 5000억원의 자구책 마련을 강요당하는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을 어떤 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학에서 부담금을 내야 한다면 만만치 않은 문제”라고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발표의 한계를 꼬집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