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고립 타개목적
극동언론 정상회담 관측
지난달 중국 방문에 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르면 이달 말 러시아 극동 지방을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4일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설은 현지 지역 언론에서 먼저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사실 여부에 대해 현지 공관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극동 지역 통신인 ‘프리마미디아(PrimaMedia)’는 현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다음주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때마침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9일부터 다음달 1일 사이에 내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극동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면 지난 2002년 8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동한 이래 9년 만이다.
북한이 북ㆍ중 정상회담 이후 황금평과 나선특구 등 접경지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고, 한편으론 6자회담을 위한 남북 대화 복원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흘러나온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은 경제적ㆍ외교적 고립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막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6자회담 당사국들의 결속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나진항 3호 부두를 임대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동해 쪽 항구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연결시키려면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중국보다는 작지만 러시아도 나진항 개발에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 중 하나인 만큼 이런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북ㆍ러 정상 간 회동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일로서도 중국에 너무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과거 러시아 정부가 김 위원장을 영접할 준비를 한 뒤에도 김 위원장이 방문하지 않은 전력이 있는 만큼 실제로 북ㆍ러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주장도 있다. 안현태ㆍ김윤희 기자/po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