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직사회의 비리가 연일 불거진 가운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골프장과 유흥주점에서 1억여원을 결제하는 등 불법행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가권익위원회는 ‘법인카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 비리 징후가 생기면 자동으로 중앙시스템에서 탈법행위를 사전 차단하는 등 부패통제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치킨집이 유흥업소로 분류되는 반면 일부 룸살롱은 서양음식점으로 구분되는 등 유흥업소의 한계가 불명확하고, 야근시간과 공휴일 근무 여부 등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인카드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한해 공공기관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A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난해 1월부터 8개월동안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된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2000만원을 사용했다. 또 B기관은 2008년 7월~2009년 12월 주말ㆍ공휴일 등에 1억1960만원을 사용했으나 업무 관련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미비했다. C기관은 서양음식 업종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는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에서 퇴임직원 환송회 등의 명목으로 2000만원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클린카드를 사용하는 공공기관들은 노래방ㆍ골프장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제한을 카드사에 요청하면 풀어준다는 맹점을 악용, 그동안 법인카드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유흥업소 등에서 탈법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과도한 접대비를 숨기려고 분할결제하거나 허위 증빙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이날 오후 서대문구 청렴교육관에서 130여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협의회를 열고 법인카드 관련 내부 통제장치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확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일부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은 심야나 휴일, 원거리 지역 혹은 골프장 등 사용금지 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하거나 분할결제와 동일업소 반복이용 등 비리 징후가 생길 경우 시스템에서 자동 확인해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패 통제 장치다.
권익위는 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1만2000여개 공공기관으로 확산하고, 특히 정부예산ㆍ연구개발사업비(R&D)ㆍ보조금 등 예산집행 시스템 내에서 해당 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권익위의 방침에 대해 일선 공공기관 관계자는 “밤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치킨집에서 야식을 먹었는데도 다음날 품위서를 내야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모 학교 교사도 “예전에는 공휴일 부서 워크숍을 떠나기 전 증빙서류를 내면 됐는데, 이제는 모든 절차를 마치고서도 자동 시스템장치 작동에 대한 해명을 추가적으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심야시간의 기준을 밤 10시에서 새벽까지 폭넓게 제시하는 등 각 기관의 업무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 해당 시스템으로 인한 불편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