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소통 역할에 이목집중
무대 뒤 연출가가 마침내 주연배우를 겸하게 됐다.
김두우(54) 신임 홍보수석.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청와대 문턱만 들어서면 그는 ‘그림자 실세’ ‘왕(王) 실장’으로 통한다.
대통령의 일정과 국정 변수를 관리하는 일부터 부처 간 정책 조율과 정보관리 등에 폭넓게 관여하면서 자연스레 붙은 비공식 직함이다.
김 수석은 그 흔한 서울시 라인이나 대선캠프, 소망교회 출신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외부 영입된 케이스로, 정무2비서관(야권 담당) 보직을 맡았다.
25년 신문기자 생활 동안 풍부한 정치 경험과 연륜을 쌓은 것이 발탁 배경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역할은 풍선처럼 커졌다. 정무비서관에서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정무에 홍보, 홍보에 관리, 관리에 조율 기능과 역할이 더해졌다.
김 수석은 매일 아침 수석비서관회의가 끝난 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방과 대통령 집무실을 오가는 ‘5인회의’의 고정 멤버이기도 하다. 회의 결과와 정국 현안을 요약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 대통령 신상에 관한 시시콜콜한 얘기에서부터 정국 현안의 큰 그림까지 그의 그물코에 걸리지 않는 청와대 업무는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런 그에게 무한에 가까운 신뢰를 보낸다.
지난해 말 청와대 참모진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김 수석을 지목해 “김두우 (기획관리) 실장이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다. 앞으로 큰일을 할 것”이라고 편애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이번 6ㆍ9 인사에 대해 ‘CEO 대통령’이 ‘주식회사 청와대’의 구조조정본부장(기획관리실장)을 핵심 계열사 사장(홍보수석)으로 승진 발령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석은 내성적이면서도 강직한, 외유내강의 전형으로 맡은 일에 빈틈이 없다”면서 “특히 오랜 청와대 생활로 업무 장악력이 높아 대통령의 메신저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내부 평가로만 보면 A 학점이 어울린다.
그러나 홍보수석은 청와대 밖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서 울고 웃는 자리다.
대내외 여건도 간단치는 않다. 국책 사업 갈등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청와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여간 따갑지 않다.
이번 인사가 흘러간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돌리는 그들만의 친정 체제에 그칠지, 국민과의 막힌 통로를 뚫어주는 적재적소 개편이 될지는 전적으로 김 수석의 역량 발휘에 달렸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