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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말 듣자니 내년이 걱정되고…”위기의 진수희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 의약품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이 진노했으며, 장관이 사무관처럼 일한다는 비난을 받았다는 등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청와대가 직접 이 대통령이 화를 낸 것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쉽사리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 태세다.

진 장관이 봉착한 위기에 대해 하나씩 되짚어보자. 가장 큰 위기는 진 장관이 국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약사회의 이익을 대변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아는 한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진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 약사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난 4월 복지부 출입기자에게는 약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쏟아낸 바 있다.

그리고 특수장소 지정을 통한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포기한 것이 약사회에 굴복한 것일까. 이 부분은 그렇다. 약사회의 반대에 굴복한 것이 맞다. 아니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열차, 항공기, 스키장과 같은 특수장소에 감기약과 같은 일반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은 약사만 할 수 있다. 때문에 당초 특수장소 지정 확대를 통해 약국 외 장소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찾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렇다면 약사법을 고쳐서라도 국민의 불편을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은 입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에서 허락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2만1000여개의 약국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정치인으로서는 이들에 대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약국이 지역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일련의 오해와 소동으로 진 장관은 잃은 것이 많다. 그렇지만 얻은 것도 있다. 얻은 것은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지 뚜렷한 답안을 알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는 15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성공적으로 분류해내면 만회하게 된다. “피부에 와닿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국회의원보다 장관이 더욱 좋다”고 말한 진 장관이 정치인으로 돌아기기 전 국무위원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박도제 기자/pdj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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