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 자체만 놓고보면 정치인들은 중소기업인이나 시장 상인, 농민보다 후순위다.
3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이번이 7번 째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로 기간을 좁히면 5번 째로, 국정 최고 책임자와 여당에서 최고 영향력을 지닌 유력 대권주자가 평균 8개월에 한번 꼴이다. 서로 잊을만 할 때쯤 되서야 얼굴 확인하듯 만나 온 셈이다.
그렇다고 당청간 공식 대화창구(대통령-당 대표 정례회동)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박희태, 정몽준, 안상수 등 역대 당 대표들은 취임 때면 약속이나 한 듯 대통령과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 당청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자신했지만, 막상 대표직을 맡은 이후에는 분기에 한 번 정도 공식 회동을 갖는 게 전부였다.
야당 지도자들은 더 말 할 필요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9월 정세균 당시 대표와 회동 이후 제 1야당인 민주당 대표와 2년 8개월째 만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방송좌담회에서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직접 밝혀놓고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연말 예산안 처리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이유로 회담을 무산시켰다. “회동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는 논리였다.
이 대통령은 정치 얘기만 나오면 참모들에게 ‘지금이 아직도 3김 시대냐’ ‘국면전환용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색과 정치적 계산없이 묵묵히 국정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이 너무 깊게 뿌리 내리면서 정작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잊혀져가고 있다.
대통령은 그 무엇에 앞서 정치인이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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