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정ㆍ관계 로비 사건과 관련해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가장 큰 의혹은 부인 소유의 아시아신탁 주식 지분을 팔지 않고 지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희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일 경우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2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의 주식을 매각이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넘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명의신탁은 소유권을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빌려 주는 것으로 조세회피나 지분 보유상황 은닉 등의 목적으로 종종 악용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부인 명의의 주식이 사업가 박씨에게 넘어갔음에도 주식대금을 받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식거래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면 명의신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 부인의 주식을 받고서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박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재력가이며 김 전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묵인해줬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의 징계를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감사원을 직접 찾아오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는가 하면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임원으로 재직했던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사전에 귀띔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원장은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했던 부동산신탁회사 아시아신탁의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금감원장 취임 직전인 2008년 3월까지 이 회사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했으며, 원장에 취임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를 팔았다.
또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전체 자본금 100억원 중 90억원을 투자했지만, 7월 금감원이 아시아신탁의 금감원 출신 감사를 불러 부산저축은행이 위험하다며 투자금 회수를 조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9월과 12월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원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은 전 감사위원의 부탁을 받고 아시아신탁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금난을 겪었던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토록 했다가 상황이 좋지 않자 회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