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다음 달로 활동을 종료하기로 함에 따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권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던 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개특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특위의 활동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6월 임시국회까지 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며 “지금부터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빡빡한 정치 일정상 특위 활동을 더 연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소속 한 민주당 의원도 “우리는 특위를 좀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결국 다음달 활동을 종료하기로 합의를 해줬다”며 “남은 한달 동안 끈질기게 요청을 해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한 달이란 시간이 남아있지만 6월 국회 의사일정이 촘촘히 잡혀있고, 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과 검찰소위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각 당의 정책위의장으로 선출ㆍ선임된 상태라 충실한 회의 진행이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게다가 각 사안별로 여야 간, 정치권과 사법당국 간의 의견차가 여전히 커 합의안 도출이 현실적으로 난망해졌다.
이로써 정치권은 17대 국회에 이어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실질적 사법제도개선이 두 정권 연속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특위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법조계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점과 검찰 등 사법당국의 거센 반발 및 물밑 ‘로비전’이 특위의 법조개혁안 논의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단 한나라당은 특별수사청 대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제’를 상설화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 소속 특위위원들은 양형기준법안 제정과 경력법관제 도입, 압수수색제도 개선안 등은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사개특위는 지난해 2월 검찰, 법원, 변호사 개혁 분야 등 3개 소위로 구성됐다. 한나라당은 법원의 편향판결 논란 등을 들어 대대적 법원개혁에 목소리를 높였고, 이러한 흐름이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민주당 등 야당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법조 3륜에 대한 개혁 논의로 수렴된 것이다.
그러나 각각 법원과 검찰에 방점을 둔 여야간 근본적 간극으로 특위는 진통의 연속이었다. 비교섭단체 몫 위원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한달 뒤에 늑장가동에 들어가는 등 출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공전을 거듭하던 특위는 지난해 11월 활동 시한을 연장키로 결정했다.
올 들어 위원장 및 여야 간사를 포함한 6인의 위원은 특수청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돌연 발표, ‘6인의 반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나라당 내부와 검찰ㆍ법원의 반발을 일으켰다. 지난 4월에는 3개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개혁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특위 시한을 재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개특위는 지난 1년 4개월 동안 총 82건의 법률안을 만들었으나 그중 판ㆍ검사의 전관예우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1건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나머지는 전부 소위 계류 중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의원총회에서 특위 운영 및 개혁안에 대한 당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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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 ‘1년 4개월’>
2010.02.10 특위 구성(검찰ㆍ법원ㆍ변호사 3개 소위)
2010.03.16 특위 ‘지각 ’가동
2010.11.25 특위시한 6개월 연장
2011.03.10 6인 소위 개혁안 발표
2011.04.20 3개 소위 합의안 전체회의 보고
2011.05.25 특위시한 재연장 않기로 합의
2011.06.30 특위활동 종료(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