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을 현행대로 하는 전당대회 룰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7월 당 대표 경선은 ‘마이너리그’ 싸움으로 끝날 전망이다. 유력 대권 주자들이 빠진 가운데 치뤄질 대표경선은 후보들의 인기도가 아닌, 후보와 계파간 짝짓기에서 결판 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26일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홍준표, 원희룡, 나경원, 남경필, 유승민, 이성헌, 박진, 김무성 의원 등이 7월 대표 경선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당 내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전 대표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사실상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내년 대선후보 경선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경선에 나설 후보들은 1년6개월 전에 당직에서 떠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권에 도전할 후보 중 일부는 이미 조직 점검에 착수한 상태”라며 “친이계 또는 친박계로부터 대표 주자로 낙점받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7월 경선의 판세를 예상했다.
이들 예비 후보들은 제각각 참신한 이미지, 계파를 초월한 중립성, 정부와 청와대에 할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와 친박, 그리고 소장파 간 힘 겨루기를 조율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재보궐 선거 패배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잔뜩 몸을 낮춘 친이계를 대표하는 주자로는 나경원, 원희룡 의원이 손꼽힌다. 나 의원은 높은 대중 인기도, 원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보여준 조직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친박계에서는 아직 교통정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계파 내 유승민ㆍ이성헌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박 전 대표 및 친박계 의원들과 비교적 원활한 관계에 있는 김무성 의원이나 박진 의원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홍준표 의원과 연대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 의원은 자신을 ’박 전대표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라고 밝힌바 있다.
‘새로운 한나라’를 주축으로 한 소장파의 움직임도 변수다.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 특성 상, 특정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하기는 힘들지만, 친이계와 친박계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캐스팅보드 역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임 소속 남경필, 나경원 의원들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비 후보 간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거물들이 빠진 경선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번에 당권을 맡아서 대권 후보로까지 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2선에 물러앉아 있게 됐다”며 “불임 대표를 뽑는 경선이 어떻게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