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청문회 시즌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를 보면 시즌마다 새로운데, 이명박 정권 청문회는 시즌이 바뀌어도 도무지 새로운 점을 찾을 수가 없다. 매번 똑같은 문제점과 비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이런 인사행태는 수치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5년 동안 인사청문 요청 건수는 모두 58건인데, 이 중 낙마 건수는 2건으로 낙마율 3.4%였다. 반면 이명박 정권에서는 진행 중인 장관 청문회를 제외하고 총 60건의 인사청문 요청 중 낙마한 경우는 7건으로 낙마율이 11.6%에 달한다.
집권기간이 남아 있고 이번 청문회 결과를 모르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명박 정권의 낙마율은 노무현 정권 때보다 무려 3배 이상 높다. 여기에다 노무현 정권 시절 낙마 원인이 됐던 위장전입이 이번 정권에서는 용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권의 인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식의 인사를, 그것도 반복적으로 하는 걸까?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청문회에서는 약간의 소득이 있다. 바로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화요일의 청문회 때 유영숙 후보자는, 4월 28일 이력서를 제출했고 4월 30일 검증서를 제출했으며 5월 6일 오전에 모의 청문회를 거쳐 그날 장관 지명을 받았다고 스스로 진술했다.
그러니까 이력서 받은 지 단 8일 만에 장관을 지명했다는 말인데, 이 부분은 여러 가지 의문을 자아낸다. 우선 한 사람에게만 이력서를 받았는지, 아니면 여러 명에게 이력서를 받았는지가 궁금하다.
만일 한 사람에게만 이력서를 받았다면 그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필요할 것이고, 반대로 여러 명에게 이력서를 받았다면 8일 동안 그 많은 이의 ‘삶’을 검증할 수 있었던 ‘신기에 가까운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자기진술서와 모의청문회 부분이다. 아무리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더라도 자기진술서를 토대로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의청문회를 했어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가능했느냐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미국의 인사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233개 항목에 대한 자기진술을 주관식으로 서술케 한 이후 이를 토대로 백악관 인사국, FBI, IRS,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합동으로 샅샅이 조사한다.
만일 이러한 검증과정을 통과한다면, 그 이후 대통령은 각 당의 지도부와 의회 지도부에게 임명에 관한 자문을 구한다. 여기까지 290일 정도 걸린다.
그런데 우리는 단 8일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이다. 정말 이명박 정권다운 놀라운 효율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이런 인사행태를 계속 보일수록 국민들은 피곤해져 간다는 데 있다.
국민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제발 좀 제대로 된 후보 골라서 실추되고 있는 사회적 윤리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다. 인사에 실망하고 국책사업 선정 혹은 취소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들은 1년을 10년같이 산다는 사실을 정권은 알아야 한다.